최근 모 자산운용사 부장과 나눈 대화다. 누군가 어떤 특정 자산이 앞으로 유망할 것이라고 얘기했을 때 이 얘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라며 흘려듣는 사람이 있단다. 이중 어떤 사람이 투자 기회를 갖게 될까. 누가 옳고 그르냐를 판단하자는 게 아니라 정보를 접하는 태도에 대해 말해보자는 거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세상은 전체의 일부분일 수밖에 없는데 사회 변화 양상을 파악하려면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려면 어느 정도 노력은 불가피하다. 하물며 돈이 걸린 투자는 어떨까. 태도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태도가 끝은 아닐 것이다. 시장은 출렁이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으므로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린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결과가 없다면 그 불확실성을 이겨내기 버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정보를 먼저 받아들여야 기회의 첫 관문이 열리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대화는 한동안 머릿속에 머물렀다. 주제는 투자였지만 투자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혹자는 진짜 용기란 지적하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외부 자극을 받은 뒤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를 하다보면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을 마주치곤 하는데, 어쩌면 기존 생각을 고수하고 있는데 따른 부작용인 건 아닐까 싶었다.
기업 이사회가 대표적이다. 사회 저명인사를 사외이사로 섭외해 이사진을 꾸리지만 정작 이사회 의장에는 오너가 일원이나 주요 경영진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 현안 이해도가 높고 경영 경험이 풍부해 만장일치로 정했다고도 한다. 이사회 의무 중 하나는 경영진과 오너십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것.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사들이 모를 리 없다.
외부 세계가 기업 이사회에 거는 기대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이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단순히 오너 눈 안에 들어서 자리를 보전하거나 이사회를 단순히 명예직 집단으로 생각한다면 이 기대를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기회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그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 아는 것들이 세상의 전부일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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