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이사회에는 2인의 외국인 사외이사가 활동 중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주주사인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AS(Den Norske Amerikalinje AS),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PROJECT GUARDIAN HOLDINGS LIMITED) 측 임원이 1명씩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프로젝트가디언(칼라일그룹 특수목적법인)은 2022년 주주사로 들어오며 비교적 최근부터 이사회에 이사를 선임 중이다.
노르웨이 해운사 빌헬름센(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모회사)의 경우 20년 동안 기타비상무이사를 보내고 있다. 빌헬름센은 2004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사장)의 지분 총 25%를 인수하며 현대글로비스 '특별관계'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특별관계자는 최대주주(정의선 회장)의 특수관계인은 아니지만 합의나 계약으로 의결권을 공동행사하는 공동보유 주주를 의미한다. 오너가와 특수한 관계에 있는 만큼 빌헬름센의 현대글로비스 기타비상무이사도 현대차그룹 경영과 연결고리를 가진 인물이 선임되고 있다.
2004년 빌헬름센이 현대글로비스 주주사로 진입한 후 사내이사를 제외한 등기임원(상근감사 포함)을 거쳐간 빌헬름센 측 인사는 4명뿐이다. 이중 3명이 2010년대 전까지 기타비상무이사, 상근감사 등으로 이사회에서 활동했고 2012년부터는 얀예빈왕 빌헬름센 수석부사장이 장기간 홀로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이사회에서 활동한 빌헬름센 인물의 그간 이력을 살펴보면 현대차그룹과의 연결고리를 추가로 찾을 수 있다. 단순히 빌헬름센 C레벨이어서 현대글로비스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한국에서의 근무 경력이 선임의 배경으로 꼽힌다.
빌헬름센은 2002년 현대상선(현 HMM)의 자동차 운송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유코카캐리어스라는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현대상선에 해상 수출 물량을 넘기던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이때 유코카캐리어스에 지분을 넣으면서 빌헬름센 측 80%, 현대차그룹 20%(현대자동차 12%, 기아 8%)로 지분구조를 형성했다. 양측은 이미 사업에서 별도 법인을 통해 협력을 이어갔던 셈이다.
빌헬름센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확보 이후 칼 요한 하그만 유코카캐리어스 대표이사(CEO), 슈테이너 포버그 유코카캐리어스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각각 현대글로비스 기타비상무이사, 상근감사로 선임됐다. 또다른 기타비상무이사인 슈어 갈퉁 빌헬름센 CEO도 유코카캐리어스 사내이사였다.
오랜 기간 지분·사업 협력을 이어오던 빌헬름센은 현대글로비스에 보내던 '물류 자문' 몫 등기이사 수를 줄여갔다. 2007년 하그만 CEO가 현대글로비스 등기이사직을 내려놨고 2012년엔 포버그 감사가 물러났다. 현재 유일한 빌헬름센 측 기타비상무이사인 얀예빈왕 CEO도 2007년부터 3년간 유코카캐리어스 대표직을 수행하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현대글로비스 이사회에서 활동 중이다.
전체 9명으로 꾸려진 현대글로비스 이사회 구성원 중 빌헬름센 측 인원이 1명으로 줄면서 외국인 이사 비중은 10년 가까이 10% 수준으로 유지됐다. 그러다 2년 전인 2022년 칼라일그룹이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합산 지분 10%를 매입하면서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칼라일그룹의 프로젝트가디언도 정 회장의 특별관계·공동보유자로 분류된다.
얀예빈왕 이사는 국내뿐 아니라 노르웨이, 미국 등의 빌헬름센 계열사에서 근무한 이력을 바탕으로 현대글로비스의 본업인 해운·해외물류 사업 자문역을 맡고 있다. 칼라일그룹 몫의 기타비상무이사인 타나카 조나단 마샤스웨 파트너는 글로벌 금융 자문역으로 이사회에 들어가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칼라일그룹의 이사회 진입으로 회사의 자본·사업 관리, 신사업 확대 강화 등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