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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보험 신체제 1년 점검

친정 복귀한 대표들, 실적으로 입증한 선임 이유

①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공격적 리더십 변화' VS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안정 중시'

강용규 기자  2024-12-16 16:10:13

편집자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두 업권의 자타공인 1위 보험사이자 삼성 금융부문의 두 기둥이다. 이들은 2024년 각각 새 대표이사 선임을 통해 새로운 체제의 첫 해를 보내고 있다. 양 사의 첫 해 준비와 그에 따른 성적을 점검하고 내년 예상되는 보험업계 차원의 변화에 대비한 전략도 함께 가늠해 본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올해 나란히 새 대표이사를 맞이했다.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과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은 조직 수술과 인사를 통해 각 사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며 삼성 보험업의 새로운 체제를 구축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모두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두 업권에서의 '1위' 위상 역시 공고하다. 두 신임 대표이사가 신체제 구축의 당위성을 숫자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상대 업권 경험한 신임 대표들, 인사에서 나타난 차이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을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삼성화재는 홍 사장의 이동으로 발생한 대표이사 공백을 이문화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 부사장의 사장 승진 및 대표이사 내정으로 메웠다. 이들은 올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임기는 모두 3년을 부여받았다.

홍 사장은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2010년 삼성전자, 2021~2023년 삼성화재 재직 기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커리어를 삼성생명에서 보냈다. 이 사장 역시 1990년 삼성화재(당시 안국화재)에 입사해 2023년 삼성생명 재직을 제외하면 모든 경력을 삼성화재에서 쌓았다. 두 사람이 서로 상대 업권을 경험한 뒤 각각 친정으로 복귀한 셈이다.

2023년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 보험업계는 보험계약마진(CSM) 축적을 통해 안정적 보험이익 창출이 가능한 장기·보장성보험 분야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두 업권 모두 영업이 가능한 건강보험은 말 그대로 '격전지'가 되고 있다. 삼성 보험 양 사의 수장이 생·손보 양쪽의 이해도를 갖춘 인물로 선임되면서 이들의 2024년 전략에 보험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홍 사장은 2024년 삼성생명의 조직개편을 통해 본부나 부문, 실 등 대표이사 바로 아래에 위치한 9개 사업조직들을 유지했다. 대신 CPC전략실 산하 시장대응팀, 자산운용부문 산하 자산운용솔루션팀, 경영지원실 산하 IFRS손익관리파트, 기획실 산하 시니어리빙사업 추진 T/F 등 4개의 하위 조직을 신설했다. 큰 틀은 유지하되 신규 하위조직 설립으로 핀포인트의 변화를 주문한 것이다.

이 사장 역시 비슷한 기조를 보였다. 장기보험부문 산하에 헬스케어사업팀을, 자동차보험부문 산하에 모빌리티기술연구소와 특화보상팀을 각각 설치했을 뿐 큰 틀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다만 주요 조직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두 대표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홍 사장이 삼성생명의 9개 사업조직 중 6개 조직의 리더(부사장급)를 교체한 것과 달리 이 사장은 삼성화재의 부사장 11명 중 1명만을 교체했다.


◇'분위기 전환' 삼성생명·'안정 중시' 삼성화재 모두 실적 개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각각의 업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1위 보험사다. 자산 규모로 보나 이익 규모로 보나 이들의 1위 입지는 공고하다. 때문에 홍 사장과 이 사장이 조직 구성 차원의 대규모 변화를 주문할 이유는 크지 않았다.

다만 실적 추이의 관점에서 삼성생명은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20년 순이익 9288억원을 낸 이후 2022년 6167억원(IFRS17 소급적용 이전 기준)까지 2년 연속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

2023년에는 새 회계기준 도입 초기의 효과로 순이익이 1조3829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다만 자회사인 삼성화재의 1조7554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2021년 이후 삼성생명은 계속해서 삼성화재보다 적은 순이익을 내고 있다.

양 사의 자본총계가 2023년 말 기준 삼성생명 279조원, 삼성화재 84조원으로 커다란 격차가 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은 이익 창출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진단이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조직 구성의 큰 틀은 유지했지만 삼성생명이 조직 리더십에 더 큰 변화를 가한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까지는 홍 사장의 대대적인 리더십 개편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생명은 2024년 1~3분기 누적 순이익 1조5508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보다 3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2위 교보생명과의 격차는 6109억원으로 2023년 1~3분기 5232억원보다 커졌다.

조직 및 인사개편에서 비교적 안정을 중시한 이 사장 역시 성과는 충분했다는 평가다. 삼성화재는 올 1~3분기 순이익 1조8344억원을 거둬 전년 동기보다 15.7% 늘었다. 다만 2위사와의 격차는 올 1~3분기(DB손보) 2565억원으로 전년 동기(메리츠화재) 2917억원 대비 13%가량 감소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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