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기자동차 수요 감소로 진땀을 뺐던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변화 없이 내년에도 재무 총괄이라는 중책을 맡는다. 지금까지 확장 정책을 펼쳐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수요 감소 현상에 내년부터는 투자 속도 조절과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 김종성 삼성SDI 부사장, 김경훈 SK온 재무담당은 내년에도 직을 유지한다. 세 인물은 모두 2020년대 초반 공격적인 배터리 시설 투자 시기에도 재직했던 CFO들로 업황과 기업의 재무 상황을 꿰뚫고 있는 인물들로 평가된다.
2022년 초 국내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적 연결 기준 800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일련의 성과를 거뒀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액공제 효과 1조1027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와 다름 없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 시점과 비교할 경우 전기차 시장이 냉랭하게 얼어붙었다.
작년과 올해 연간 자본적지출(CAPEX)로 약 20조원을 쓴 LG에너지솔루션도 투자 속도 조절을 약속했다. 이 부사장은 10월 말 실적발표회에서 "내년에는 필수적인 투자에 한해서만 집행할 계획"이라면서 CAPEX 감축을 강조했다.
SK온은 상황이 더 바쁘다. 올해 IRA 세액공제 혜택으로 2111억원의 기타영업수익을 올렸지만 이를 고려해도 3분기 누적 76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SK E&S와 합병하면서 재무 체력을 보충했고, SK온도 SK엔텀을 흡수합병하면서 정상화까지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와 SK가 2020년대 초반 투자 속도를 붙일 때 비교적 잠잠했던 삼성SDI는 CAPEX 증가 추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올해 3분기 누적 CAPEX로 4조866억원을 기록하는 등 작년 연간 CAPEX인 4조607억원을 이미 따라잡았다. 내년에도 계획된 투자를 예정대로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SDI가 내년 5조원 이상의 CAPEX를 지출할 것으로 내다본다.
배터리 3사의 CFO들은 2년 이상 기업에 몸 담은 인물들이다. 시설 투자에 한참이던 시기 조달과 현금흐름 관리에 총력을 다했던 인물들로 업황과 기업 내부 사정에 밝은 인물들로 평가된다.
이창실 부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초대 CFO다. 이 부사장은 1964년 12월 생으로 마산 중앙고와 경희대 산업공학과, 알토대 경영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LG전자에서 CFO부문 인도 경영관리팀장, 북미지역CFO 등을 맡다가 2019년 10월 LG화학 전지·경영관리담당으로 이동했다.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분할로 탄생하면서 초대 CFO로 임명됐다.
김경훈 재무담당도 SK온이 물적 분할로 탄생한 후 1년 뒤인 2022년 10월 재무담당으로 영입됐다. 김 부사장은 BoA메릴린치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글로벌기업 금융부문장을 맡았던 인물로 금융권 출신이다. 또 SK온을 이끌고 있는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브라운대 출신으로 동문이다.
김종성 삼성SDI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경력을 쌓다가 2021년 초부터 삼성SDI의 경영지원실장(CFO)을 맡고 있다.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 모바일 LCD 지원팀장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지원팀장,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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