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총괄임원은 어느 정도의 보수를 받을까. 기업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개 요직으로 구분되고 중요도 역시 계속 높아지는만큼 C레벨 중에서도 상위권의 보수를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FO 연봉 상위권 인사를 살펴보면 지금은 사업지원TF로 이동한 박학규 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이 약 38억원으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더불어 상위 10걸에 삼성그룹 인사가 총 5명이 자리한 점도 눈길을 끈다.
◇연봉킹은 박학규 사장… 삼성전자·크래프톤 급여만 '10억 이상'
THE CFO는 2024년 11월 15일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300개 기업의 CFO와 신고업무담당임원을 분석했다. △우선주·리츠 등 상장종목을 제외하고 △분기보고서 제출기한에 맞춰 자료를 제출한 코스피 상장사를 추렸다.
이어 △CFO에 대한 개별 보수 수령액을 공시하는 기업을 먼저 분류하고 △일부 기업의 경우 기업공시 서식에 따라 분기보고서에 임원 및 보수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2023년 보수 수령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총 15명의 코스피 주요 기업 CFO가 2023년 말 기준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CFO는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이다. 2023년에만 37억9200만원을 수령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급여로 10억2500만원을 받았고 상여로 26억6200만원, 기타 근로소득으로 약 1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박 사장은 2022년 상여는 약 8억8000만원 이었고 총 급여로 19억4600만원을 받았다.
박 사장의 2022년의 상여를 책정한 계량지표는 2017년에서 2019년을 채용했다. 2023년의 경우 2022년과 2022년의 가중평균치를 낸 다음 3년 간 나눠 받는 구조다. 해당 기간 삼성전자의 ROE는 15.7%에서 13.2%, 세전이익률은 20.7%에서 16.6%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박 사장은 2023년에 2022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보수를 수령했다.
삼성전자 측은 "(박 사장은) 견조한 실적 달성을 지원했고 신기술과 신사업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상여금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상여 증가 배경엔 CFO의 본연의 역할에 따라 효율적으로 자원을 운영한 점이 반영됐다.
박 사장의 뒤는 배동근 크래프톤 이사가 차지했다. 2023년 총 17억9600만원을 받았다. 급여만 놓고 보면 10억5000만원을 받으며 오히려 박 사장보다 많았다. 다만 박 사장은 2024년 11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담당 사장으로 이동했다. 이를 고려하면 2024년 CFO 중 배 이사만이 상여를 제외하고 10억원 이상의 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차동석 LG화학 사장은 9억2000만원의 급여와 295억원의 상여를 수령했다. 총 12억1500만원의 보수를 받아 3위에 랭크했다. 차 사장의 경우 급여 대비 상여가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 LG화학의 주력 사업부문인 석유화학이 부진하고 생명과학이나 에너지솔루션 등 신사업을 담당하는 각 본부의 성장세도 완만했던 점이 상여가 낮은 근거로 꼽힌다.
이밖에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 이동진 메리츠금융지주 CFO, 안정태 삼성SDS 부사장 등이 10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았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전무는 연봉이 5억원을 넘는 CFO 가운데 유일한 여성 인사였다.
◇연봉 TOP 10 CFO 중에 삼성계열이 절반
CFO 연봉 상위 10위 기업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가 5곳이 포함돼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앞서 삼성전자 외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4위, 11억9400만원), 안정태 삼성SDS 부사장(7위, 10억9900만원), 김성진 삼성전기 부사장(8위, 9억8100만원), 강우영 제일기획 부사장(10위, 8억700만원) 등이다.
박 사장의 후임으로 오는 삼성전자 CFO 인사 역시 다시금 상위 보수 수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2023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미등기임원의 1015명에 대한 평균 연간 급여 총액은7054억원, 1인평균 급여액은 약 7억2600만원인 점을 감안한 결과다.
2018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연간 보수가 5억원을 초과하는 등기·미등기임원 가운데 상위 5명은 개인 수령 내역을 공개하게 돼 있다. 이렇게 보수 수령액을 공개하는 임원들을 살펴보면 CFO들은 등기와 미등기 여부와 관계없이 여러 C레벨 가운데서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박 사장의 2022년의 상여를 책정하기 위한 계량지표는 2017년에서 2019년치를 채용했는데 당시 박 사장은 최고운영책임자(COO)였다. 해당 기간 박 사장이 적용받은 성과 인센티브 규모는 CFO 재직 당시보다 적었다. 이 역시 CFO들의 권한이 강화되는 기조 속에서 책임도 더 무거워졌고 보수는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