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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보는 CFO

재무통은 '86세대 막내'… 패기보단 '경륜'이 먼저

[코스피]①평균연령 '55세' 상위기업 최고령 vs MZ CFO는 '한 세대 차'

최은수 기자  2024-11-26 07:57:32

편집자주

정보 투명성이 강조되는 시대에서 '신고업무를 책임지는' 상장사 CFO 역할은 해마다 중요해지고 있다. 금고지기에 불과하단 인식도 바뀌고 영향력과 존재감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CFO의 이력, 특징, 성향이 기업의 지금과 미래를 읽을 단초란 뜻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THE CFO는 코스피·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의 CFO와 신고업무담당이사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더 나아가 주요 기업의 CFO를 둘러싼 방침과 정책을 두고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은 어떤 인물들을 CFO로 세울까. 코스피 상장기업은 적잖은 수가 대규모기업집단에 해당하고 업력도 오래됐으며 코스닥 상장사 대비 재무적으로 안정돼 있다. CFO에 요구하는 핵심 덕목 역시 조달보단 재무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역량이며 패기보단 '경륜'이 우선한다는 뜻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0개 기업의 재무총괄책임자(CFO)와 신고업무담당임원의 평균 연령이 만 55세로 높은 점도 앞서 기업들의 경향을 함의한다. 국내 주요 상장기업의 재무를 책임지는 인물들의 나이는 86세대와 신세대를 잇는 교두보인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생 사이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다.

기업 내 개별 CFO 및 신고업무담당임원별로 살펴보면 최고령자론 1958년생인 이병만 유한양행 부사장과 최남채 비에이치 부사장이 꼽혔다. 드물게 MZ세대에 해당하는 CFO도 있었다. 올해 상장한 시프트업의 안재우 상무는 1988년생으로 가장 어렸다.

◇코스피 톱300 재무책임자 355명 '1969년, 86세대'

THE CFO는 올해 2024년 11월 15일 기준말 기준 시총 상위 300개 기업의 CFO와 신고업무담당임원을 분석했다. 먼저 △우선주·리츠 등 상장종목을 제외하고 △분기보고서 제출기한에 맞춰 자료를 제출한 코스피 상장사를 추렸다.

이어 △각 기업에서 재무총괄업무를 겸직하는 인물이 중복된 사례를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CFO가 없거나 공개하지 않았을 경우 기업일 경우 재무책임자로서 신고업무담당임원을 포함시켰다. 그 결과 해당 기업에서 CFO와 신고업무를 담당하는 모든 임원은 총 355명이었다.


통상 CFO가 존재하는 기업에선 CFO가 '신고업무담당임원'의 역할도 담당한다. 다만 국내법에선 신고업무담당임원를 CFO로 두도록 권고할 뿐 '당연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 이에 기업의 내규에 따라 각 기업 내에 CFO를 반드시 둘 의무는 없는 점을 고려해 일부 기업의 경우 CFO를 별도로 임명한 이후 다시 신고업무담당임원을 새로 세우기도 했다.

코스피 시총 상위 300개 기업 중 재무책임자 355명이란 데엔 약 18%의 기업이 CFO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거나 별도로 CFO 직책을 두지 않았단 의미가 담겨 있다. 다만 신고업무담당임원은 자본시장법에 의해 임원급으로 지정하도록 규제하고 예외적으로 직원을 세울 땐 당국에 별도로 신고를 하되 기업마다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산출한 코스피 시가총액 300위 기업 재무책임자의 풀(Pool)을 살펴봤다. 그 결과 이들의 평균 연령은 2024년 11월 말 기준 1969년이었다. 올해로 만 55세로 통칭 '86세대'의 막내에 해당했다. 직원과 달리 기업 임원은 연령 제한이 없지만 통상 국내 상위 기업은 1969년생 직원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적은 연령대는 아니다.

CFO를 포함한 재무책임자의 연령대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구간은 1969년부터 1971년 사이로 118명이었다. 이 연령대 사이에 전체 재무책임자 풀의 32.1%, 즉 3분의 1 가까이가 속해 있었다.

◇최고령 CFO 유한양행·BH… 유일한 30대 CFO '상장 새내기' 시프트업에

개인별로 살펴보면 이병만 유한양행 부사장이 1958년 8월생으로 나이가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동년배인 최남채 비에이치 부사장(1958년 9월)이 이었다. 특이하게 1959년생 CFO는 없었다. 1960년생인 박복기 동서 CFO, 롯데쇼핑 CFO, 서정국 풍산 CFO가 다음이었다.

앞서 이 부사장 등을 포함해 고령 CFO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젊은 CFO보다 높은 편이었다. 이는 이사회 경영과 거버넌스 선진화 속에서 CFO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특정 기업에선 CFO가 CEO로까지 이어지는 인사 경향을 보이는 점 등이 두루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시야를 코스피 전체로 넓히면 재무책임자 가운데선 제일약품그룹의 지주사 제일파마홀딩스의 문봉희 부사장이 1952년생으로 가장 연배가 높았다. 제일파마홀딩스 역시 CFO 직책을 공식화하진 않았다. 다만 문 부사장은 30년 가까이 제일약품그룹에 종사하며 관리본부장 등 관리총괄과 함께 신고업무담당임원으로 근속하고 있다.

반대로 젊은 CFO 및 재무책임자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 가운데 30대 CFO도 있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300개 기업 가운데선 유일하게 안재우 시프트업 상무가 1988년생으로 30대에 속했다. 안 상무는 카이스트 산업시스템공학을 전공했고 시프트업 이사회에 등기임원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안 상무 다음으론 1983년생인 신재하 에이피알 부사장이 자리했다. 김건호 삼양홀딩스 실장도 1983년생인데 오너 일가로 특수 케이스에 해당한다. 김 실장은 2023년부터 삼양홀딩스 CFO로 보임했다. 2023년 말 기준 신 부사장과 함께 최연소 CFO 였다. 앞서 시프트업이 올해 상장하지 않았다면 안 상무 대신 최연소 CFO 자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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