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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백산, 경영성과 '양호' 거버넌스는 '흔들'

지난해 사외이사 출석 '제로', 255점 만점에 107점

이지혜 기자  2024-12-18 10:08:42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합성피혁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백산은 이사회 구성과 운영 측면에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THE CFO가 자체적 도구를 개발해 진행한 '2024 이사회 평가' 결과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50점에도 못 미친다.

경영성과를 제외한 나머지 평가부문에서 5점 만점에 1점대를 기록했다. 1986년 설립된 이래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 합성피혁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에 걸맞는 지배구조 체계를 갖추지는 못한 셈이다.

◇지난해 사외이사 출석률 0%, 이사회 독립성·견제기능 취약

THE CFO가 최근 진행한 '2024 이사회 평가'에 따르면 백산은 255점 만점에 107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평가는 2023년 사업보고서와 올해 공시된 정기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THE CFO는 이사회를 총 6개 부문으로 나눠 평가한다. 이사회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이다. 이 중 백산은 △경영성과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모두 5점 만점에 1점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이사회 △구성 부문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1.2점이다. 김한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7번째 대표직을 연임하고 있다. 또 이사회를 지원하기 위한 별도조직도 없어 실무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백산 이사회의 총원 4명 중 사외이사가 1명뿐인 점도 감점 요소로 작용했다. 사외이사 비중이 절대적으로 낮은 데다 다양성도 떨어져 해당 항목에서 점수가 깎였다. BSM(Board Skills Matrix) 등 이사회 역량 평가 체계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참여도도 높지 않았다. 1.5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백산은 이사회를 총 7회밖에 열지 않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이 0%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하거나 감독하는 등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로 백산 이사회는 △견제기능 부문 점수가 1.6점으로 부진했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이 없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불참하는 만큼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내부거래 통제를 위한 전담 조직도 없어 이해관계자 간 거래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정보공개 미흡·평가체계 부재…경영성과는 돋보여

백산 이사회는 △정보접근성과 △평가개선 프로세스 부문에서 각각 1.7점, 1.9점을 받았다. 그나마 두 부문의 점수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사회 구성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사법 이슈에 연루된 적이 없어 해당 항목에서 만점을 받은 덕분이다. 또 개별 이사 활동내역과 이사회에 관한 내용을 정기보고서로 공개해 가점을 받았다.

하지만 백산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나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아 정보공개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사회 활동에 대한 내, 외부 평가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고 이를 토대로 한 개선 노력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점수가 깎였다.

백산 이사회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부문은 △경영성과다. 5점 만점에 4.3점을 기록했다. 백산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주요 생산거점을 확보해 대량 생산능력을 구축, 최근에는 스포츠화 외에 차량 내장재와 전자제품 케이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며 성장을 이어간 덕분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백산은 2023년 실적을 기준으로 매출성장률과 주가순자산비율을 제외한 모든 경영성과 항목에서 만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과 순차입금/EBITDA, 이자보상배율 모두 시장 평균 대비 우수한 수준이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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