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안에는 인사부터 재무, 투자, 사회공헌, 내부통제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가 반영돼 있다. 안건 명칭에 담긴 키워드를 살피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경영진의 관심사, 사업 방향성이 드러난다. THE CFO는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 기법을 활용해 주요 기업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명칭 속 단어 빈도를 분석하고 핵심 키워드와 기업의 관계를 살펴본다.
삼성 계열사들은 이사회 산하에 사내이사들로만 구성된 경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일상적인 경영 사안과 재무관련 사안을 심의, 결의하는 곳이다. 경영과 감독이 혼재된 이사회 기능을 분리시켜 시기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위원회의 주요 안건은 은행 여신한도 관리에 맞춰져 있다. 외부차입을 지양하는 삼성 계열사들과 달리 삼성바이로직스는 회사채 발행은 물론 금융권 차입도 활용한다. 생산라인 증설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 등 필요한 자금 조달 차원이다.
◇'돈 쓸일' 많은 삼바, 국내 4대 은행 물론 호주·일본계 은행도
지난 5년간(2020~2024년 6월 말)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에 올라온 의안은 총 76건이다. 그 중 절반 이상인 48건이 '은행 여신한도' 관련 안건이다. 총 안건 대비 63.2% 비중이다.
차주도 다양하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은 물론 호주뉴질랜드은행 여신 약정 변경,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여신한도 만기 등의 안건도 눈에 띈다.
삼성 계열사들에 나타나는 보편적인 재무전략 특징은 외부차입을 지양한다는 데 있다. 웬만하면 자체 영업현금흐름 내 시설투자와 배당을 하고 만약 차입을 하더라도 차환보다 빠른 상환을 우선시한다. 그런 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특이한 면이 있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조6815억원이다. 회사채 등 시장성 조달이 5000억원, 금융권 차입이 6670억원이다. 금융권 차입 중에는 만기가 1년 미만의 단기차입금이 5420억원이다. 삼성 계열사치고는 유독 외부차입이 많다.
5공장 건립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잔여지분 인수 등 돈 쓸 일이 많은 탓이다. 5공장 건설자금 60~70%를 영업현금흐름으로, 나머지는 은행 대출을 끌어왔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 잔여지분 인수와 완전자회사 편입에 23억달러가 필요했는데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함께 은행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위원회에서 은행 여신한도 안건이 자주 올라온 것도 이 때문이다. 차입금 규모가 늘자 삼성 측은 상환에 주력해 2026년 '부채 제로(0)'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7330억원, 내년 1130억원, 2026년 1200억원 순으로 갚는다. 실제로 올 6월 말 총차입금은 전년 말(2조3688억원)대비 29% 감축된 상태다.
◇CDMO 수주 때마다 경영위 승인 받아
그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수주계약 승인'이다. 지난 5년간 총 22건으로 전체 안건 대비 28.9%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약바이오 영역에 진출하면서 초기 리스크가 큰 신약개발보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에 힘을 실었다.
CDMO 사업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과 구조가 비슷해 그룹 수뇌부들의 이해가 빨랐다. 수주업종인 만큼 매출 전망도 수월한 덕에 신용등급 평정과 회사채 발행에 큰 도움이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 사업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개발을 전담하는 형태다.
세 번째로 많이 언급된 키워드가 '투자·증설'인 것도 이런 연유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1~4공장을 설립하고 5공장도 건설 중다. CDMO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에 조 단위 돈을 쏟았다. 향후 제2 바이오 캠퍼스를 통한 생산능력 확장을 위해 7조5000억원 투자를 예고한 것도 이와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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