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애경케미칼은 이사회 평가에서 전반적으로 선방했지만 '경영성과' 항목에서는 가장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화학산업 침체 속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역성장한 탓이다. 주가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올 들어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배 밑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저조한 경영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애경케미칼은 밸류업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PBR을 비롯해 배당성향 상향,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 등을 꾀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차원이다.
◇화학산업 침체 여파, 경영성과 최하점
애경케미칼은 THE CFO가 평가 툴을 제작해 진행한 '2024 이사회 평가'에서 255점 만점에 159점을 받았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다.
평점 5점 만점 기준 참여도(4.4점)와 평가 개선 프로세스(3.9점)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견제(3.1점), 정보접근성(3.3점)은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경영성과(2.3점) 지표는 가장 저조한 평점을 기록했다. 만점 55점 환산 기준 25점으로 절반에 이르지 못했다.
경영성과는 실적과 재무건전성 등을 평가하는 지표다. 실적은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ROE, 총자산이익률(ROA)이 항목이다. 재무건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부채비율,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이자보상배율 등을 점검했다. 투자 관련 지표는 PBR, 총주주수익률(TSR), 주가수익률, 배당수익률이 있다. 비교 대상은 KRX300 종목 중 비금융기업 평균치를 기준으로 삼았다. 각 지표 상·하위 10% 기업은 제외했다.
애경케미칼은 경영성과의 11개 항목 중 7개에서 최하점을 받을 만큼 고전했다. 지난해 화학업계 불황으로 실적 저하를 겪은 탓이다. 2023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7940억원, 450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매출, 이익은 각각 20%, 110% 감소했다. ROE와 ROA는 각 4.5%, 2.6%로 평균치 6.8%, 3.8%를 하회했다. 실적을 평가하는 세부 항목에서 모두 최하점을 받은 셈이다.
투자 기준으로 통하는 항목에서는 배당수익률, 주가수익률, TSR을 비롯해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PBR이 취약했다. 회사의 PBR은 1.01배로 평균치(2.38배)를 크게 밑돌았다.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는 부채비율(77.7%)은 우수한 편이었지만 순차입금/EBITDA와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순차입금/EBITDA 3.08, 이자보상배율은 3.89배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순차입금은 1797억원으로 EBITDA의 3배 규모다.
◇밸류업 정책, 기업가치 제고 조준
애경케미칼은 2021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화학산업 다운사이클에도 피어그룹 대비 전반적인 지표는 우수하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애경케미칼의 ROE(4.5%)는 피어그룹의 5개 기업 평균치(1.3%)를 크게 앞서며 수익성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피어그룹의 세부 기업은 확인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2027년 기준 ROE를 8% 이상으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피어 대비 높은 ROE에도 PBR은 1배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1배를 가까스로 넘긴 PBR은 올해 11월 기준 0.5배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장부가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애경케미칼의 최근 3개월 주가는 32.2% 하락했다. 코스피 평균 하락률 3.36%보다 낙폭이 컸다. 지난 16일 종가(7680원)는 52주 최저가(6510원)에 근접한 가격이다. 잇따른 주가 하락 속에 최근 밸류업 정책 카드를 시장에 선보인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배당성향 목표도 설정했다. 2027년 별도기준 35% 이상의 배당성향으로 지속적인 주주환원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2개년 평균 배당성향은 28%였다. 중장기 주주환원 목표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파악됐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지주사 AK홀딩스를 비롯해 그룹 차원에서 밸류업 정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며 "업황 부진 속에 주가가 많이 떨어졌는데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 합당한 시장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공들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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