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주요 상장사 가운데 3분의 1이 상무급(상무보 포함) 인사를 CFO 및 재무책임자로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업경영 '책임자'에 해당하는 부사장과 전무 등 고위임원 비중 또한 상당했던 점도 주목할 사안이다.
거버넌스 선진화를 요구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각 기업들도 재무책임자에 대한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제 막 변화의 길목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재무책임자 중 미등기 임원 비중이 약 3분의 2가 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재무책임자 33%가 '상무'…이어 부사장>전무>실장 순 THE CFO는 2024년 11월 15일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300개 기업의 CFO와 신고업무담당임원을 분석했다. 먼저 △우선주·리츠 등 상장종목을 제외하고 △분기보고서 제출기한에 맞춰 자료를 제출한 코스피 상장사를 추렸다.
이어 △CFO가 없거나 공개하지 않은 기업일 경우 재무책임자로서 신고업무담당임원을 포함시켰다. 그 결과 해당 기업에서 CFO와 신고업무를 담당하는 모든 임원은 총 362명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룹에서 재무총괄업무를 겸직하는 인물이 있지만 이들 역시 사별로 부여한 직급이나 직위가 있는만큼 이를 살펴보기 위해 겸직 사례 역시 집계에 포함했다.
이렇게 확보한 재무책임자 풀(Pool)가운데 공개된 CFO와 신고업무담당임원(이하 재무책임자)의 현황을 집계해 보니 총 352명에 대한 직급과 직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CFO 및 재무책임자 가운데 약 33%인 114명이 상무 및 상무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기업 직급 체계에서 상무 및 상무보는 '회사 직무대행자'로 해석된다. 영업범위 내의 사무를 담당하되 회사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주지 않는 통상적 업무를 맡는 임원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코스피 시총 상위 300개 기업 가운데 약 3분의 1은 CFO 및 재무책임자에게 다소 제한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상무급 인사 뒤로는 부사장(70명)과 전무급(65명) 재무책임자가 자리했다. 이보다 높은 사장 직급의 재무책임자도 17명이었다. 전무급 임원부턴 회사 전반적인 운영이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이 주어진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갖는 고위임원의 총합은 152명이었다. 전체 인원의 43%가 여기에 해당했다.
재무책임자 중 고위임원에 해당하는 부사장과 전무, 사장급 인원은 상무급 또는 상무보다 낮은 이사 및 이사대우급(131명)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이 점을 통해서도 국내 주요 기업에서 CFO를 포함한 재무책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 미뤄 알 수 있다.
일부 기업은 전통적이며 수직화된 직급제도 대신 호칭이나 업무분장을 바꾸면서 임직원의 권한과 책임 소재 역시 새롭게 꾸렸다. 그러나 이 역시 큰 관점에서 놓고 보면 'CFO들은 대개 고위임원'이란 경향성을 따른다.
◇일부 기업은 대표·CFO 겸직…등기임원 비율 전체의 30% 일부 기업에선 한 회사에서 대표가 재무책임자까지 겸직하기도 했다. 통상 CFO가 C레벨을 겸직하는 사례는 적잖이 있지만 CEO를 겸직하는 건 흔치 않은 사례다.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 대표, 이상목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가 여기에 해당했다.
이 중 김병훈 대표의 경우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이사면서 신고업무담당임원까지 겸해 각종 책임을 본인에게로 집중시켰다. 김 대표는 에코프로그룹 창업주인 이동채 전 회장(현 상임고문)과 호흡하며 20년 넘게 그룹에 몸담은 인물이다. 에코프로를 시작으로 핵심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에도 줄곧 참여해 왔다.
앞서 전체 추계를 놓고 보면 국내 주요 상장 기업 내 CFO 및 재무책임자들은 직급 기준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으며 경영에 관여할 권한과 책임을 일부 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기업 CFO들이 이사회 멤버 즉 등기임원으로 참여하는 비중이 오히려 낮은 것도 주목할 사안이다.
세부적으로 총 362명의 재무책임자 가운데 114명은 이사회 등기임원으로 등재했고 나머지는 아니었다. 비율상으로 보면 재무책임자의 약 31%가량만 이사회 멤버로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앞서 집계에 따라 구분한 재무책임자엔 임원을 대신해 단순 신고업무만을 대행하는 직원급 인사도 일부 포함돼 있다. 또 특정 기업에서 겸직중인 재무책임자가 있는 점을 고려해 반영하고 나면 등기임원인 재무책임자 비율은 더 높아진다.
앞서 사례를 제외하면 '임원으로 등기가 가능한' 재무책임자 가운데 약 38%는 실제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경우 CFO 중 상당수가 이사회 멤버로서 회사 경영에 책임을 다하고 관리와 경영 전반에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업계 관계자는 "거버넌스 선진화는 엄격한 정보공개 책임을 요구하고 이에 맞춰 상장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 범위 또한 재무 관리를 넘어 조달과 배분 운용, 위험관리를 너머 경영 일반으로 넓어지고 있다"며 "이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CFO 및 재무책임자가 이사회에 합류하는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