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은 2017년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해 설립된 지주사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를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집단이다. 현재 HD현대를 중심으로 29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에너지솔루션·HD현대미포·HD현대일렉트릭·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HD현대마린솔루션 등이 상장돼있다.
HD현대그룹은 유독 지주사 HD현대 임원들이 계열사 여러 곳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HD현대그룹은 이 같은 겸직 제도를 통해 계열사 간 연계를 강화하고 인적자원 등을 효율화하는 효과를 얻겠다는 복안이다.
◇정기선 부회장·권오갑 회장, 계열사 ‘미등기 임원’ 다수 지난 9월 말 기준 공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HD현대 임원 가운데 13명이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이후 11월 1일자로 단행된 내부 인사와 AMC사이언스 등 신규 법인 출범 등의 영향을 받아 계열사 겸직 인원에는 소폭 변동이 있었다. 이를 고려해도 10명 안팎의 임원들이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많은 겸직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건 오너가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계열사 5곳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HD현대를 비롯해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오일뱅크 등이다. 다만 이 가운데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는 건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 두 곳뿐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명예이사장의 장남이다. 2021년 10월 사장으로 승진하고 이듬해 3월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현재까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권오갑 회장도 계열사 다수의 미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권오갑 회장은 4곳에서 임원으로 등재돼있다.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이다. 하지만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건 지주사인 HD현대뿐이다. 나머지는 미등기 임원을 맡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2014년 10월 임시주총에서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후 2022년 3월 정기선 부회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넘겨주면서 등기임원에서 내려왔다. HD현대는 2018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
권 회장은 47년차 ‘현대맨’이다. 현재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시절부터 현대그룹에 몸담으며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등 HD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 수장을 역임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명예이사장의 최측근 인사로 여겨지며 정기선 수석부회장으로 경영권이 원활하게 승계되기 위한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상무급도 계열사 사내이사 겸직, “효율성 증대” HD현대에서 계열사 이사회에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는 건 강석주 전무다. 그는 HD현대에서는 경영기획1실장을 맡고 있다. 사내이사는 아니다.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계열사는 HD현대에너지솔루션과 HD현대로보틱스, HD현대엘앤에스 등 3곳이다. 1974년생인 강 전무는 HD현대그룹의 대표적인 ‘젊은피’ 리더로 꼽힌다. 서울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그는 앞서 통신장비업체 기가레인에서 RF사업부장 등을 지냈다. 2021년 HD현대그룹으로 이동한 이후 줄곧 M&A, 투자 등 신사업 전략을 관할하는 경영기획실에 몸담고 있다.
금석호 부사장은 계열사 4곳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HD현대에서는 인사지원실장을 맡고 있으며 앞서 11월 단행된 인사에서 HD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장도 맡게 됐다. 추가로 계열사 이사회 2곳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3월부터 비상근 사내이사로, HD현대스포츠에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인사에서 HD현대 재무지원실로 옮긴 남궁훈 전무는 AMC사이언스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은 신약개발 등 바이오산업을 위해 AMC사이언스를 최근 설립했다.
상무급에서도 HD현대에 몸담으며 계열사 사내이사를 겸직하는 사례가 흔하다. 조진호 상무는 HD현대미포 사내이사를, 정영근 상무는 HD현대건설기계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각각 HD현대그룹 계열사 재무지원실, 경영기획실에서 몸담아왔다.
HD현대는 활발한 임원 겸직제도를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꾀하고 있다. 특히 재무, 지원조직에 몸담아온 각 분야 전문가에게 계열사 임원을 추가로 맡기면서 인력 자원을 효율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계열사 겸직은) 현재 10명 내외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간 시너지 제고 및 전문 기능 영역의 효율적 운영이 기대되는 경우에 한해 겸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