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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풋과 아웃풋, 들인 돈에 비해 얼마나 큰 효용을 얻느냐는 투자자들의 기본 마인드셋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가시적인 방법은 자기자본 대비 얼마나 큰 '파이'를 만들어냈는 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를 수치화한 것이 바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다. 글로벌 화학 기업 듀폰(Dupont)은 ROE를 순이익률·총자산회전율·레버리지비율로 나눠 ROE의 증감 요인을 분석한다. THE CFO는 국내 기업들의 ROE를 듀폰 분석법에 기반해 해석해 봤다. 이를 통해 기업이 창출한 ROE의 배경과 숫자의 의미를 분석했다.
HD현대일렉트릭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50개 사 중 최근 4개 분기(작년 4분기~올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 1위를 기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HD현대일렉트릭은 해당 기간 동안 연결 기준 ROE로 무려 44%를 기록했다.
ROE는 주주 성과를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지배주주 귀속분 순이익을 지배주주 귀속분 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통상적으로 자본의 경우 기초와 기말의 평균값을 내서 계산한다.
또 ROE는 일반적으로 세 부분으로 나눠 분석할 수 있다. △순이익률 △자산회전율 △레버리지비율이다. 각 산식은 순이익률의 경우 '순이익/매출', 자산회전율의 경우 '매출/자산', 레버리지비율은 '자산/자본'으로 계산한다. 자산과 자본은 역시 기초와 기말 값의 평균값을 이용한다. 세 요소를 모두 곱하면 결국 ROE인 '순이익/자본' 값이 나온다.
이는 미국의 글로벌 화학 기업인 듀폰(DuPont)이 ROE를 분석할 때 쓰는 기법으로 유명해 '듀폰 분석'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기업의 ROE가 상승하거나 하락할 경우 그 요인이 무엇인지 듀폰 분석을 통해 분석해 볼 수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직전 4개 분기(2022년 4분기~2023년 3분기) 기준 ROE로도 19.39%라는 비교적 높은 ROE를 기록했다. 다만 1년 만에 그보다 훨씬 높은 44%라는 ROE를 기록했다. 동기간 2위를 기록한 메리츠금융지주(24.01%)보다도 높은 ROE였다.
HD현대일렉트릭이 괄목할 만한 ROE 성장을 보인 요인으로는 순이익률과 자산회전율 증가가 꼽힌다. ROE 상승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무레버리지의 경우 오히려 일부 하락했다. 다만 순이익률과 자산회전율 상승 효과가 매우 커 ROE가 극대화했다.
직전 4개 분기 기준 HD현대일렉트릭의 연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2조5830억원, 1665억원으로 순이익률은 6.4%였다.
최근 4개 분기 기준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3조3039억원, 5111억원으로 15.5%를 기록다. 1년 만에 순이익률이 9.0%포인트(p) 상승했다.
초고압 변압기 등 전력기기 제조업체인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변압기 공급 부족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특히 미국향 수주잔고가 쌓이면서 호실적을 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026년까지 최소 3년 이상 공급 부족 사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8년 미국 생산 법인에 1300억원을 투자해 선제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도 했다.
자산회전율의 경우 직전 4개 분기 기준 0.97회를 기록했지만 최근 4개 분기에는 1.05회를 기록했다. 자산회전율이 상승했다는 의미는 기업이 자산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레버리지비율이 경우 직전 4개 분기 311.3%에서 최근 4개 분기 270.4%로 하락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부채총계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지만 순이익 창출로 인한 자본 확충 효과가 커 레버리지비율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다. 더 많은 부채를 끌어다 썼다면 ROE가 극대화했겠지만 이는 재무구조 훼손 등 부정적인 효과도 낳는다.
실제 레버리지비율이 낮아진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비율 4.3%, EBITDA/순차입금 12.1배(EBITDA는 연 환산 기준)를 기록하는 등 채권자 입장에서도 높은 가치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11월 HD현대일렉트릭의 신용등급(A) 아웃룩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