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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HD현대미포는 '경영성과' 항목 중에서 매출성장률 항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최하점을 받았다. 영업일수 증가로 매출이 늘었음에도 생산 안정화 비용이 증가하고 일부 신형 선종에 대한 충당금을 설정한 것이 영업이익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당기순손실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환율 하락에 따른 환손실 발생도 영향을 미쳤다.
이사회의 '구성'적인 면에서도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와 사외이사 구성 등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점수를 획득했다. 다만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겸임해 비교적 독립성이 떨어지고 이사회 규모도 5명으로 토의 활동을 벌이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투자·성과·재무지표 전반적으로 아쉬운 '경영성과'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HD현대미포는 255점 만점에 162점을 받았다.
이 가운데 '경영성과' 항목은 평점 1.7점으로 가장 점수가 낮았다. 이사회 구조 및 운영방식과 기업의 실적·가치에 긍정적 영향이 미치는지를 보는 영역으로 투자지표 4개, 성과지표 4개, 재무건전성 3개 등 11개 지표에 각각 5점씩 배점했다.
기준은 KRX 300 소속 비금융사(277개) 가운데 변수 최소화를 위해 지푯값 상하위 10% 기업의 데이터를 제외하고 산정한 평균치다. 기준 수치 대비 20% 이상 아웃퍼폼(outperform)한 경우 만점(5점)으로 채점했다.
HD현대미포의 경우 투자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등의 문항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지난해 PBR은 1.72배, 주가수익률은 4.3%로 각각 기준치 2.38배, 25.74%를 밑돌았다. TSR은 4.3%를 기록했다.
성과지표는 매출성장률을 제외한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항목에서 최하점을 기록했다. 매출성장률은 8.67%로 최고점을 받았으나 영업이익성장률(-40.2%)은 최하점을 받았다. ROE(-6.63%)와 ROA(-2.88%)도 기준치 6.82%, 3.76%를 충족하지 못해 1점을 받았다.
재무건전성 지표는 엇갈렸다. 부채비율은 143.6%를 기록했다.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마이너스(–)2.91배를 기록했다. 순차입금(현금성자산-총차입금)의 반대, 즉 보유현금이 차입금보다 많은 순현금 상태라는 뜻이다. 이자보상배율은 -11.05배로 나타났다.
◇준수한 이사회 '구성'…이사회 의장, 소추위 구성 등 아쉬운 점도
경영성과 외에는 대체로 준수한 편이었으나 일부 개선이 필요한 사항도 눈에 띈다. 특히 이사회 '구성'은 대체로 양호하면서도 아쉬운 면이 있었다. HD현대미포의 구성 항목 평점은 45점 만점에 29점, 평점은 5점 만점 중 3.2점을 얻었다.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돼 규모가 작은 편이다. 이사회 안에 사외이사 수가 많고 비율이 높을수록 이사회의 독립성은 강화되는 구조다.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가 아닌 사내이사가 맡고 있다. 김형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사회는 60%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지만 의장을 대표이사가 겸직하고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이 담보됐다고 보긴 어렵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는 사내이사가 포함돼 감점 요인이 됐다. HD현대미포 사추위는 김형관 대표 겸 이사회 의장 등으로 구성됐으며 주총에서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을 갖는다.
모든 소위원회 위원장이 사외이사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감사위원회는 유승원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았으며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는 김성은, ESG위원회와 사추위는 김우찬 사외이사가 위원장이다. 이사회 구성원들의 역량 매트릭스 BSM(Board Skills Matrix)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시자료에 배치돼 최고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