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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주식 매수한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성과는

김한조 의장, 2019년부터 주식 매집…사외 출연에 역량 집중 평가

이돈섭 기자  2024-12-02 15: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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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성향, 전문분야, 이사회에 입성한 경로 등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선진국에선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이사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 이사회 멤버를 다양한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들여다 본다.
김한조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진)이 내년 3월 사외이사 최대 재직연수 6년을 모두 채우게 되면서 그간 김 의장 투자 성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 의장은 2019년 삼성전자 이사회에 합류한 직후 지금까지 총 4억원을 투입해 주식을 매입해 왔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실적 부진 우려로 김 의장의 주식 가치가 실제 오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김 의장, 사외이사 기용 직후부터 주식 매집 꾸준

김 의장은 현재 삼성전자 주식 6985주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기용된 후 9962만원을 들여 보통주 2175주를 장내 매수한 데 이어 2022년 1억원에 1480주, 지난 10월 2억원으로 3330주를 사들였다. 주식 매입을 위해 투자한 돈은 총 4억원. 삼성전자가 작년 한 해 사외이사에 지급한 평균 보수는 2억원 수준이었다.

김 의장이 보유한 주식은 현 삼성전자 이사회 내 6명 사외이사 중 가장 많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삼성전자 이사회에 몸담았던 안규리 전 사외이사가 한때 3800주를 들고 있었지만, 김 의장 주식 보유량은 이를 크게 압도하고 있다. 최근 20년 사이 주식을 매입한 사외이사의 경우 연말께 많게는 800주 적게는 50주 정도를 갖고 있었다.

김 의장의 주식 취득은 책임 있는 이사회 활동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외이사 보수를 기업 성과와 연동시키고 있지 않은 삼성전자에서 사외이사 스스로 상당량 주식을 매입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김 의장은 과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재직 시절에도 1억원 정도를 들여 자사주를 사들인 이력이 있다.

다만 삼성전자 실적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김 의장 주식 가치가 오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의 주당 매입 평단가는 5만7305원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월 이후 급격한 하향 그래프를 그려 지난달 중순 4만900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방안을 발표, 현재 5만원대를 회복한 상태다.

외부 거버넌스 평가기관 관계자는 "책임있는 이사회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보수의 일부를 주식 자산으로 제공하는 상장사 수가 점진적으로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성과 연동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기업에서 사외이사가 스스로 주식을 매입해 갖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 나눔경영 역량 발휘 회사 발전 기대…내년 3월 임기 만료

김 의장은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직을 내려놓고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2019년 삼성전자 이사회를 시작으로 사외이사 커리어를 시작했다. 2022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데 이어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현재는 삼성전자 이사회 안에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김 의장은 사회공헌 재단을 이끌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 많은 조언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김 의장을 '재무 전문가이자 전문 경영인'이라고 소개하면서 '현재 사회공헌 재단을 맡고 있어 경영 전반에 대한 조언 외에 재무 전문성 및 상생·나눔경영 역량을 발휘해 회사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2021년 이후 삼성전자 이사회에 올라온 의안 상당수는 사외 출연과 관련돼 있다. 매년 2월에 처리한 학교법인 충남삼성학원 후원금 출연과 4월에 의결한 DS부문 우수협력사 인센티브 기금 출연 등이 대표적이다. 작년 한 해의 경우 희망2024 나눔 캠페인 기부금 출연의 건과 삼성 글로벌 골즈 기부금 출연의 건 등이 눈에 띄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실적 부진 우려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미등기 임원 내 상당 비중이 관리 부서에 몸담고 있어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 못하는 데 있다"고 꼬집으면서 "경영과 기술 분야를 주도할 수 있는 인사가 이사회를 주도하고 있지 못하는 점 역시 최근 시장의 우려와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내년 3월로 현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최대치 임기를 모두 소화하게 된다. 김 의장은 2019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며 2022년 재선임에 성공해 내년 3월로 총 6년의 임기를 마치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내년 새로운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는 한편, 동시에 김 의장 임기 만료에 따른 신규 사외이사 역시 선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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