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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민영화' 앞둔 금호타이어, 채권단 몫 '노동이사' 빠졌다

최홍엽 사외이사 지난 7월 임기 만료, 금호타이어 "후임 계획 미정"

김지효 기자  2024-10-17 07: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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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성향, 전문분야, 이사회에 입성한 경로 등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선진국에선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이사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 이사회 멤버를 다양한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들여다 본다.
금호타이어 이사회에 몸담았던 최홍엽 사외이사가 지난 7월 임기 만료로 사임했다. 그는 6년 전 민간기업 첫 ‘노동이사’로 기업과 노동계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빈자리가 된 최 이사의 자리가 채워질지는 미지수다. 실제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노동이사가 아닌 채권단 몫으로 배정된 자리였기 때문이다. 주주로 있던 채권단이 올해 7월부터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그 자리는 더 이상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민간기업 첫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관심, 실상은 '반쪽짜리' 노동이사

최홍엽 교수는 2018년 7월 열린 금호타이어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2021년 한차례 연임을 통해 올해 7월까지 6년의 임기를 지냈다. 최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조선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오랜 시간 대학에 있었지만 책에서만 답을 찾지는 않았다. 대학원에서 노동법을 전공하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실에서 상근활동가로 활동하며 노동운동 현장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현재도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전남지방노동위원회 심판위원 등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최 교수가 합류한 시기는 더블스타가 경영권을 쥔 이후 첫 이사회를 꾸렸을 때다. 최 교수가 선임되면서 당시 금호타이어 안팎에서는 민간기업에서 처음으로 도입하는 노동이사제라며 큰 관심을 받았다.

노동이사제는 기업의 이사회에 근로자 대표가 참여하는 제도다. 2022년 법개정으로 공기업, 공공기관 등은 의무적으로 도입했지만 민간 기업의 경우 강제성이 없다. 공기업, 공공기관의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의 노조 대표가 2명 이내의 후보자를 임원추천위원회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선임하고 있다.

그를 금호타이어 이사회에 추천한 건 금호타이어를 매각하기 위해 노조, 기업, 정부가 꾸린 노사정위원회였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대표 타이어제조사였으나 금호아시아나그룹 부실로 2008년 이후 위기를 맞았다. 채권단 관리 체제에 돌입한 이후 오랜 진통을 겪었으나 2017년 현재의 주인인 더블스타를 만나면서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노사정위원회의 추천을 받기는 했지만 금호타이어가 전격적인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건 아니었다. 최 교수의 자리는 채권단이 노사정위원회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임한 이사로 사실상 채권단 몫으로 주어진 사외이사 자리였다. 이사 추천과정에서 노조 의견이 반영되기는 했지만 노조의 경영참여가 보장되는 노동이사제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다. 금호타이어도 당시 노동이사제 도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노조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를 선임한 사례가 극히 드문 탓에 ‘사실상’ 민간기업 첫 노동이사라는 타이틀이 붙게 됐다.

◇지분 매각 나선 채권단, 이사회 채권단 몫 빠지나

금호타이어 이사회는 지난 7월5일 사외이사로 표인수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 최홍엽 교수와 김종길 변호사가 임기 만료로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두 자리가 비었지만 채워진 건 한 자리뿐이었다. 그에 따라 이사회 구성도 8명에서 7명으로 한 명 줄었다. 표 변호사는 김 변호사의 후임격으로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금호타이어는 최 교수 후임격의 사외이사 선임은 아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후임을 선정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채권단 몫의 사외이사 자리는 사라지는 셈이다.

이같은 채권단의 행보는 7월 이후부터 지분 매각에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채권단은 지난 7월부터 지분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실적을 크게 개선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덕분에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자전환으로 확보한 지분 매각에 나섰다.

먼저 우리은행이 7월 블록딜을 통해 금호타이어 지분 1100만주를 매각했다. 이는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의 49.2%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우리은행은 금호타이어 지분 3.95%만 남겨두게 됐다. 수출입은행도 같은달 장내매도를 통해 들고 있던 지분을 일부 매각했다. 이들은 향후 주가 추이를 살피며 추가 지분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채권단 중에 가장 많은 지분을 남겨둔 KDB산업은행도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채권단이 남겨둔 지분을 모두 더하면 7월 기준으로 19.18% 수준이다. 채권단이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 금호타이어는 2010년 워크아웃 개시 이후 15년여만에 완전 민영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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