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성향, 전문분야, 이사회에 입성한 경로 등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선진국에선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이사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 이사회 멤버를 다양한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들여다 본다.
우리나라 상장사 이사회의 모범적 모델로 자주 거론되는 곳 중 하나가 코스닥 상장사 파크시스템스다. 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현지 벤처기업 운영 경험을 가진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상당한 독립성을 부여하고 있는 점이 자연스럽게 외국인 투자자 유입으로 이어져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파크시스템스 이사회는 등기이사 6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무려 5명이 사외이사다.
◇ 이사회 운영 '자발적 액티브'…"독립성 업계 최고 수준"
지난 9월 말 현재 파크시스템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5명 등 총 6명의 등기이사로 구성돼 있다. 같은 시기 파크시스템스 별도기준 자산 규모는 약 2254억원으로 비슷한 자산 규모의 코스닥 상장사가 사내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는 모습과 비교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사회 안건 의결 시 사외이사들이 마음먹고 반대표를 행사하면 안건을 충분히 부결시킬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파크시스템스는 2015년 코스닥 시장 상장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사외이사 위주의 이사회를 꾸려 운영해 왔다. 파크시스템스 창업자이자 이사회 내 유일한 사내이사인 박상일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을 뿐, 박 대표 친인척이나 회사 임직원이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사외이사에게는 보수의 일부를 주식매수선택권으로 지급,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과실 공유 장치도 마련했다.
파크시스템스 사정에 밝은 한 기업 거버넌스 전문가는 "파크시스템스 이사회 독립성은 단연 업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이사회 독립성을 중요시하는 데는 박 대표의 의중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박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원자현미경 상용화에 성공,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을 10여 년간 경영하다가 성공적으로 사업체를 매각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사회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5명의 사외이사에는 대학교수를 비롯해 지배구조 및 회계 전문가에 업계 전문가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관련업계 경력을 가진 이사는 채승기 사외이사가 대표적이다. 2020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된 채 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을 거쳐 LG디스플레이 기술위원으로 일했다.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는 감사위원회를 꾸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감사위를 자발적으로 설치하고 있는 점도 전문가들의 호평을 사고 있다.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한 감사위는 기본 분기별 한 번 이상 개최해 업무보고를 받고 재무제표를 검토한다. 이밖에 꾸려 집행위원 보상 정책을 결정하는 임원보상위원회를 별도로 꾸렸다. 임원보상위에는 사외이사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이 참여하고 있다.
◇ '모든 주주 공정하고 평등 대우' 윤리규정에 못 박아
파크시스템스의 주력 사업은 원자 현미경을 생산해 판매하는 일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일본, 대만 등지에서 매출이 고르게 발생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448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6.2%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76억원으로 15.6% 감소했다. 상장 이후 10여년 간 꾸준히 흑자를 유지, 지난해 말 누적 이익잉여금은 91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자산 규모는 2017억원이었다.
주주명부에는 박 대표의 자녀인 박진성 씨가 특수관계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보유 주식수는 527주(0.01%)로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까지 박 대표 지분 승계 이슈는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홈페이지에 2022년 제정한 윤리규정을 공개, '주주 권리를 보호하고 주주 요구와 제안을 존중'할 것과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를 공정하고 평등하게 대우'할 것을 밝히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시장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가 천한 이사를 이사회에 과감히 투입하는 등 이사회 운영 측면에서 보고 배울 게 많은 기업"이라고 평가하면서 "이사회 자체 개최 수가 많지는 않지만 굉장히 액티브하게 한번 모이면 굉장히 액티브하게 장기간 논의가 이어지는 점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작년 한 해 5명의 사외이사 이사회 출석률은 모두 100%를 기록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시장 평가도 후한 편이다. 20일 현재 파크시스템스의 시가총액은 1조2250억원이다. 순자산비율(PBR)은 40.2배로 상당 수의 코스닥 상장사 PBR이 1배를 밑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이 가질 수 있는 최대 주식수 대비 외국인 현재 보유 주식수 비중은 31.2%로 상당 수 코스닥 상장사가 한 자릿수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투자 비중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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