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이사회가 갈길은 멀다.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자산규모 2조원을 돌파한 뒤 올 들어 이사회 개편에 나서고 코스피 시장 이전 상장에도 성공했지만, 지난해 말까지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는 커녕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설치하지 않을 정도로 이사회 운영에 소극적이었다. 이사회 운영 관련 정보 대부분도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 255점에 만점에 99점 불과…그간 이사회 소극적 운영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참고했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파라다이스는 255점 만점에 99점으로 산출됐다.
개별 항목 점수를 보면 평가개선 프로세스와 경영성과 항목이 각각 문항 당 평균 1.7점을 기록, 전체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총점 기준으로는 평가개선 프로세스 항목이 12점(만점 45점), 경영성과 항목이 19점(만점 55점)이었다. 구성 항목이 16점으로 평균 1.8점이었고 견제기능(2.0점), 정보접근성(2.1점), 참여도(2.1점) 항목 순으로 낮았다.
파라다이스 외형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2023사업연도 기준 별도기준 자산규모가 2조원을 돌파했고 지난 6월 말 기존 코스닥 시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 상장에 성공키도 했다. 카지노와 호텔, 리조트 등을 운영하며 산하에 다수의 종속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파라다이스는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최근의 외형 확대에 따라 이사회 면면을 개편하고 있지만 자산규모가 2조원을 밑돌 던 당시엔 지배구조보고서 등 비의무 공시는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사회 활동 평가 여부를 비롯해 평가 결과에 대한 공시, 개선안 마련 및 이사 재선임 시 평가 결과 반영 여부 등을 알 수 없어 평가개선 프로세스 항목 점수가 최하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23사업연도 기준 투자와 경영성과, 재무건전성 등을 짚어보는 경영성과 항목에서도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 등 일부 경영성과 지표를 제외하고 나머지 지표 모두가 평균을 밑돌았다. THE CFO는 KRX300 지수를 구성하는 코스피 217개사와 코스닥 83개사 중 금융회사 23개사를 제외한 비금융회사 277개사 평균치를 산출해 비교한다.
◇사추위 사내이사 참여, 소규모 이사회 추가 감점 요소 이사회 구성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현행법 상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는 특정 성(性)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 등을 의무 설치해야 한다.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자산규모가 2조원대로 불어났지만 사추위와 감사위 등 이사회 산하 의무 설치 대상 소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채 한해를 보냈다.
올 주총에서 주보림 이화여대 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한편 사추위와 감사위를 신규 설치하는 등 일련의 이사회 개선 조치를 취했지만, 파라다이스 모기업 파라다이스글로벌 최대주주인 필립 전 대표가 이사회를 떠나면서 이사회 규모가 5명으로 줄어들고 사내이사가 사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점도 구성 항목 감점 요소로 작용했다.
여기에 상법상 의무설치 대상인 소위원회 이외 위원회를 추가 설치 않은 점을 비롯해 이사회 다양성 요소가 타사 대비 부족한 점 등도 점수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이사회를 지원하는 별도 조직이 없이 부장급 직원이 이끌고 있는 회계·세무팀이 이사회 지원 업무를 겸하고 있는 점도 이사회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부족한 요소로 지적받았다.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참여도 등 나머지 항목은 문항 당 평균 2점대를 기록했다. 견제기능 항목의 경우 사외이사만의 회의가 주기적으로 열리는지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여부,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 정책 마련 여부, 사외이사 보수의 주주가치 제고 성과 연동 여부 등이 전혀 공개돼 있지 않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정보접근성 항목은 지배구조 보고서 미공시, 이사회 반대 사유 미공개, 주주환원정책 미비,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 미공개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6개 항목 중 문항 당 점수가 가장 높은 참여도 항목은 작년 한해 이사회가 9차례 개최된 점과 이사진 회의 참석률이 높은 점, 이사 교육이 꾸준히 실시되고 있는 점 등이 비교적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