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그룹 지주사인 파라다이스글로벌은 파라다이스 지배력 희석에 대비해야 한다. 파라다이스가 3년 전 발생한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바뀌면서 발행 주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CB 매도청구권(콜옵션) 행사 전략에 따라 지분 구조도 바뀐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지난해 말 파라다이스 지분 37.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필립 파라다이그룹 회장 개인 소유분(지분 0.45%), 계열 학교 법인 계원학원(4.05%)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은 45.86%다. 전 회장은 지주사 지분 67.33%을 보유한 그룹 최상위 지배주주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2004년 파라다이스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해 창업주 고(故) 전락원 선대 회장이 파라다이스글로벌과 2세, 3세에게 지분을 증여하면서 2세 경영인인 전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섰다. 당시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글로벌 최대주주(82%)였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1995년 설립한 파라다이스부산이 전신이다. 1995년 6월부터 부산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을 펼쳤다. 2011년에는 파라다이스인천(자산총계 527억원)을 흡수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파라다이스인천은 2000년 옛 인천올림포스호텔을 매입해 관광 호텔·카지노 사업을 영위했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이 파라다이스인천을 합병하면서 주주 구성도 달라졌다. 전 회장 세 자녀(전우경 씨 외 2인)가 파라다이스글로벌 2대주주(20.1%)로 들어왔다. 전 회장이 보유한 파라다이스글로벌 지분은 83.6%(2010년)에서 67.33%(2011년)로 조정됐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합병 과정에서 파라다이스인천 주주에게 신주를 교부했다. 파라다이스인천 최대주주인 파라다이스글로벌(30%)은 신주를 받지 않았다. 파라다이스인천 나머지 주주는 전 회장(10%)과 자녀 △우경(20%) △동혁(20%) △동인(20%) 씨였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그룹 사업을 재편하면서 현금을 쥐었다. 2012년에는 지주사 전환에 따른 행위 제한 위반 내용을 해소하기 위해 파라다이스호텔부산 지분 36%을 파라다이스로 매각(529억원)했다. 인천 카지노 사업 부문은 2013년 파라다이스세가사미(1688억원)로, 부산 카지노 사업 부문은 2015년 파라다이스(1202억원)로 양도했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은 핵심 계열사인 파라다이스 지배력을 늘렸다. 2014년 154억원을 들여 파라다이스 주식 42만619주를 취득했다. 우경·동혁·동인 씨가 시간 외 매매로 처분한 주식이다. 2020년에는 45억원을 써서 파라다이스가 보유한 자사주 34만6917주도 매수했다. 그해 말 지주사가 보유한 파라다이스 지분은 38.23%다.
한동안 변동이 없던 파라다이스 최대주주 지분은 2022년부터 희석되기 시작했다. 파라다이스가 2021년 발행한 2000억원 규모 7회차 CB(만기 2026년 8월) 투자자가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발행 주식이 늘었기 때문이다. 2022년 10억원, 지난해 113억원 규모 물량이 전환 청구돼 81만6403주를 발행했다. 지주사가 보유한 파라다이스 지분은 37.9%로 내려갔다.
7회차 CB 미상환 잔액은 1877억원(지난 2월 기준)이다. 잔여 CB가 모두 주식으로 바뀌면 지주사가 보유한 파라다이스 지분은 33.1%까지 떨어진다. CB 이자율이 0%라 투자자들은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높은 구간 전환권을 행사할 유인이 크다. 지난 16일 종가(1만4560원)는 전환가액(1만4297원)보다 2% 높다.
파라다이스는 CB를 발행할 때 30%(최대 600억원)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배정 대상은 파라다이스나 파라다이스가 지정한 자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이 콜옵션 물량을 전부 취득하면 파라다이스 지분을 37%로 유지할 수 있다. 콜옵션 청구 기간은 올해 8월까지다.
매도청구권자는 콜옵션 행사일까지 3개월 단위 연 복리 1% 수익률이 보장된 행사대금을 마련해야 한다. 파라다이스글로벌이 지난해 말 별도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77억원이다. 지난해 파라다이스 결산 배당으로 들어올 현금은 35억원이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현재 주가를 감안하면 콜옵션 활용 방안은 미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