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엔진은 옛 HSD엔진이다. 조선 수직계열화에 나선 한화그룹이 올해 인수하면서 이사진을 대폭 물갈이했다. 다만 이사회 내 균형구도 차원에서 눈에 띄는 개선이 일어나진 않았다. 사내이사 숫자가 줄긴 했지만 대신 기타비상무이사가 자리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PMI(인수 후 통합)작업을 위해 최대주주의 경영감독 강화는 불가피한 수순이지만 사외이사가 지니는 영향력은 아쉬운 형태라고 볼 수 있다. THE CFO가 진행한 한화엔진 이사회 평가에서 ‘구성’ 지표가 아쉬운 점수를 받은 배경이다.
◇사외이사, 이사진 절반 하회…'구성' 지표 최하점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한화엔진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54점으로 산출됐다.
가장 낮게 채점된 지표는 ‘구성’ 부분이다. 45점 만점에 24점, 평점은 5점 만점에 2.7점을 얻었다. 자산이 별도 기준 2조원을 밑돌아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와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는 점, 사추위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된 점에선 높게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이 점수를 깎아먹었다.
앞서 한화엔진은 이사회 의장인 유문기 대표이사 외에 김홍기 경영지원부문장, 강민욱 생산안전부문장 등 3인이 올해 3월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전부 최대주주인 한화임팩트(32.77%) 출신 경영진이다.
같은 시기 사외이사도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유가영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 김종환 연세대 회계학과 교수 등 3인이 새로 선임됐다. 인수 전에는 사내이사가 4명, 사외이사는 3명이었는데 사외이사 숫자는 유지되고 사내이사만 축소됐다.
하지만 규모적으로 사외이사 입김이 강해졌다고 보긴 어렵다. 같은 시기에 한화임팩트 임원인 임성빈 경영지원실장이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사회 구성원이 총 7명이니 과반을 한화임팩트 쪽에서 장악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절반에 못 미치는 만큼, 이사회가 다수의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는 문항에서 한화엔진은 최하점(1점)에 그쳤다.
이밖에 ‘참여도’ 지표에도 낮은 평점(2.9점)이 매겨졌다. 이사회 구성원들의 출석률은 90%대로 좋았지만 지원이 부족한 부분에서 감점요인이 있었다. 지난해 한화엔진은 사외이사들에 대해 별도로 교육을 진행하지 않았고 감사위 교육도 연말 한 차례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사회 내 위원회 개최횟수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엔진은 사추위와 감사위 외에 내부거래위원회를 올해 추가 설치했다. 위원회 개수는 적지 않은 편이지만 지난해 1년 동안 감사위는 5회, 사추위는 1회 열리는 데 그쳤다보니 관련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의견 적절했나' 재선임에 반영 반면 ‘평가개선 프로세스’와 ‘견제기능’ 지표에선 비교적 양호한 점수를 얻었다. 특히 ‘평가개선 프로세스’ 항목은 평점 3.7점으로 6개 지표 가운데 최고점을 차지했다. 한화엔진은 이사회 전반적으로 외부평가 등을 도입하진 않았지만 사외이사 개별평가를 실시해 재선임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사외이사 평가는 정성적으로 이뤄지며 이사회 안건에 대해 실효성 높은 제언을 했는지, 업종 전문가로서 주요한 경영 의사결정에 적절한 자문을 제공했는지, 감사위원으로 회사의 중요한 재무적 리스크에 대한 내부통제 등에 기여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회사 측은 “평가결과는 이사회 및 이사회 내 위원회의 효율적인 운영을 제고하는 데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견제기능’ 지표의 경우 45점 만점에 29점, 평점은 3.2점으로 채점됐다. 내부거래를 전담하는 위원회를 두고 있는 점, 감사위가 3인 이상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점,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해 설명하고 있는 점 등에서 좋게 평가받았다.
다만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회의를 따로 개최하지 않는 부분은 감점으로 작용했다. 회사 측은 “별도로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있지는 않으나, 필요한 경우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임시회의 및 설명회 등을 수시 개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