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전환으로 M&A 매물로서의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다. 새 회계 기준으로 측정된 수익성과 건전성은 업계 평균을 한참 밑돌았다. 기존 회계 제도보다 회계 투명성이 높아진 IFRS17 체제에서 보유계약과 자산의 부실한 내실이 부각된 것이다.
특히 건전성의 척도인 신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금융감독원 권고치를 넘기지 못했다. 경과조치를 제외하면 보험업법상 킥스비율 최소 기준에도 못 미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새 대주주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영업기반 위축에 가이드라인 적용까지…연간 순이익 70% 하락 결산실적 공시에 따르면 KDB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240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회계기준(IFRS4·IAS1039)으로 계산된 전년 실적 483억원 대비 50%(244억원) 감소했다. 전년 실적을 IFRS17으로 환산하면 적자 폭은 -70%(571억원)로 커진다. IFRS17 도입으로 다수의 보험사가 호실적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익성 지표인 ROA와 ROE는 각각 0.13%, 4.84%로 생보사 평균(0.56%, 6.64%)를 한참 밑돈다. IFRS4·IAS1039로 산정된 전년 ROA와 ROE보다는 각 0.11%포인트, 1.58%포인트씩 감소한 수치다. 계리적가정 변경에 따른 보험손익이 감소하면서 수익성을 끌어내린 영향이다.
KDB생명이 실손의료보험의 계리적 가정 및 보험계약마진(CSM) 수익 인식 가이드라인을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분기부터다. 이 여파는 4분기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4억원 늘었으나 계리적 가정 변경에 따른 손실부담계약 비용 증가로 보험서비스비용이 880억원 늘면서 증가분을 상쇄했다.
수익성 하락이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M&A 매물로서 가치를 떨어뜨린다. KDB생명은 매각을 추진하면서 영업기반이 크게 위축됐다. 인수 이후 기대 수익이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영업 동력이 위축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신계약금액(2조7822억원)보다 해지계약금액(4조1894억원)이 두 배가량 많다.
◇경과조치 전 킥스비율 60%…인수자, 매각대금에 자본확충 부담 이중고 역설적으로 보험사 가치 측면에서 M&A 가격 자체가 낮게 형성될 수 있어 긍정적인 면이 있다. IFRS17 도입 이후 시장에서는 장부상 기업가치를 CSM과 자기자본의 합으로 평가한다. KDB생명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은 3856억원, CSM 5830억원으로 장부상 가치는 9686억원 수준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상장사의 시장평가 가치 수준이 장부상 가치의 20~4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KDB생명의 시장가치는 1900억~38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해 볼 수 있다. 다만 KDB생명의 현재 킥스비율을 고려할 경우 매각가와 더불어 인수 회사가 감당해야 할 자금 부담이 불어난다는 점이 문제다.
KDB생명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킥스비율은 60% 수준이다. 기본자본 119억원 감소 및 후순위채 상환으로 보완자본이 978억원 줄면서 가용자본이 전 분기 대비 1097억원 줄었다. 경과조치를 적용할 경우 가용자본은 9677억원에서 1조3107억원으로 늘고 요구자본은 1조6128억원에서 1조178억원으로 줄어 킥스비율이 128.78%까지 오른다.
하지만 경과조치는 일시적인 조치인 만큼 근본적인 건전성을 갖추기 위한 자본확충이 필수다. 산은도 자금 투입을 지원할 방침이지만 인수 측도 상당 부분을 떠안아야 한다.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 킥스비율을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단순계산만으로도 1조4600억원의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부담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