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두나무가 2013년과 2015년에 각각 발행한 10년짜리 전환상환우선주(RCPS)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는 회계 기준 변경으로 자본에서 800억원이 빠지게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2013년 1차 발행분의 대부분인 2625억원은 보통주로 전환됐으며 일부 570억원은 상환권 행사를 통해 정리됐다.
두나무는 2013년과 2015년, 2017년에 걸쳐 1072만8150주의 RCPS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가상자산 시장이 부흥하기 전이라 여느 스타트업이 그렇듯 두나무도 우선주를 통해 자본을 유치했다.
문제는 당시의 회계처리였다. RCPS 전액을 자본으로 처리했다. 그러다 2019년 감사보고서부터 변동이 생겼다. 당시 자본총계가 1932억원으로 2018년 감사보고서(2723억원) 대비 800억원 가량 사라졌다. 회계처리가 정정된 탓이다. 금융감독원의 '회제이-00094' 지침에 따라 투자자가 보유한 RCPS의 상환청구권은 부채(상환권금융부채)로, 전환권 관련 부분만 자본으로 처리해야하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중에서 이렇게 회계처리한 곳은 두나무가 유일했다. 빗썸은 RCPS가 없고 코인원과 코빗은 발행분이 있지만 일반기업회계기준(GAAP)을 채택하고 있어 전액 자본으로 반영했다. 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하고 있는 곳은 두나무 뿐이라 생긴 일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었던 두나무의 RCPS는 이제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 2013년 3월, 2015년 2월 및 4월에 발행된 RCPS(발행가액 22억원)의 만기는 10년이다. 이 가운데 2013년에 발행된 1차분은 2021~2022년 걸쳐 2625억원어치가 보통주로 전환됐으며 나머지 570억원의 상환권이 지난해 행사됐다. 이제 2015년 발행분의 만기가 내년에 돌아온다.
2013년 발행한 RCPS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케이큐브1호 벤쳐투자조합이었다. 보통주 8만2601주에 우선주 364만500주를 보유, 지분율(11.1%)로는 3대 주주였다. 이는 당시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가 조성한 펀드로 2021년 10월 대박 수익을 내고 청산됐다. 펀드가 인수한 두나무의 RCPS는 1000주, 당시 가격은 2억원이었다. 청산 후 직원 성과급으로 배분된 현물주식은 617억원어치에 이른다. 300배의 수익의 얻은 셈이다.
이 밖에도 우리기술투자가 174만6200주, 에이티넘고성장기업 투자조합이 174만8450주, 퀄컴(Qualcomm. Inc.)이 179만4450주씩 보유했다. 2022년 말 기준 케이큐브의 RCPS는 보통주로 전환돼 카카오인베스트먼트(지분 10.63%)에 넘어갔으며 우리기술투자 역시 지분 7.23%로 4대 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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