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는 2021년까지만 해도 정기예적금 외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2022년부터 채권, 부동산, 단기금융상품들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고금리 시대에 예적금, 채권 등 이자부자산(금리소득자산) 위주로 여윳돈을 굴리면서 이자수익이 연간 470억원을 웃돈다. 이는 연간 170억원이 넘는 이자비용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아 실질 금융비용은 제로다.
◇펀드·채권·예적금·부동산 등 다양한 형태로 여윳돈 운용
두나무의 1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조5613억원, 이 가운데 고객예치금이 6조3222억원이다. 보통예금 등으로 필요할 때 가용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은 2390억원 정도다. 그 밖에 여윳돈은 다른 자산의 형태로 투자돼 있다.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을 보면 펀드로 굴리는 돈이 987억원이다. 그 중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게 281억원, 만기 1년 이상이 706억원이다. 채권으로 굴리는 돈은 4164억원으로 펀드보다 더 많다. 1년 내로 현금화 가능한 유동채권이 3145억원으로 단기채 비중이 크다.
대부분의 여윳돈은 정기예적금 형태로 운용된다. 만기 1년짜리 예적금이 6998억원으로 가장 많다. 그 외 기타금융상품으로 3372억원에 이른다. 이를 모두 합쳐 1년 내 현금처럼 가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은 1조6188억원에 이른다. 여윳돈의 대부분은 이자부자산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두나주의 이자수익은 올 1분기 말 기준 120억원, 작년 한 해에는 470억원에 이른다. 두나무는 자회사 코람코더원강남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부동산 사업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으로부터 2680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 같은 채무 등으로 나가는 이자비용이 1분기 말 45억원, 작년 한 해에는 120억원 수준이다. 이자수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분히 감내하고 남을 정도라 실질 금융비용은 제로다.
두나무는 부동산 부자이기도 하다. 업종 특성상 설비 등이 별로 들지 않는 분야라 유형자산 6144억원 중 상당분은 부동산이며 사옥 등으로 쓰지 않는 투자부동산 규모도 2005억원 수준이다. 올 1분기 중 부동산을 통해 번 임대수익은 20억원, 건물 관리 등에 쓰인 비용은 7억원이다. 작년 한해 임대수익은 105억원으로 전년(48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재무라인 주축 '김남훈-내부 회계, 남승현-재무, 백동호-자금'
두나무가 본격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 관리하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 쯤이다. 그전에는 정기예적금과 가상자산 외에는 별다른 투자자산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22년 정기예적금이 전년 대비 2000억원 가량 줄었고 채권이 그만큼 늘었다. 기타금융자산에도 1300억원을 넣었다. 그 시점에 투자부동산도 2600억원가량 매입했다.
2022년 이후 채권은 해마다 1000억원 정도씩 증가했으며 기타금융자산도 3000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올 1분기에는 정기예적금이 2021년 이후 다시 7000억원을 돌파했다. 미국이 5.5%대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부자산만큼 여유자금을 굴리기 좋은 곳도 없었다.
아울러 두나무는 업비트 사업 과정에서 수수료 등을 코인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 가상자산의 시가가 불확실하게 오르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투자성을 띤 자산이다. 1분기 말 현재 두나무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1만6564개, 이더리움 8514개, 테더 902만9883개, 기타 가상자산 553억원어치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거래가 활발해지자 보유 가상자산도 작년 말 9860억원에서 올 3월 말 1조7743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얼마든지 처분해 현금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비상금이다.
두나무가 이처럼 다양한 자산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데는 삼정KPMG와 삼성증권 출신인 남승현 부사장(CFO)을 위시로 한 재무라인이 자리하고 있다. 두나무는 김남훈 내부감사가 내부회계관리자로 내부회계 관리제도 구축의 중책을 담당하고 있으며 남 CFO가 재무기획 및 운영총괄을, 백동호 재무실장이 자금업무를 총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