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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CEO 빅뱅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거취, '진옥동 회장' 의중은

②지주-은행에서 손발 맞춘 인연…신뢰 기반의 발탁 인사에 성과로 부응

강용규 기자  2024-10-08 16: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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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리더십 변화 기로에 섰다. 4곳의 CEO가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보험사는 새로운 지배구조 모범관행의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은행지주 CEO 승계에 발맞춰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가 가동된다. 지주회장과의 역학관계, 관행, 임기 중 경영 성과 등을 들여다보고 연임 또는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
기업집단 산하 계열사의 CEO는 단순히 실적 등 숫자상의 근거만으로 거취가 결정되지 않는다. 때로는 기업집단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수립한 전략적 방향성이나 인사 기조가 계열사 CEO의 거취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의 최종 인사권자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다. 진 회장의 의중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이 사장이 이미 숫자로 경영성과를 입증하고 있는데다 진 회장이 안정을 중시하는 인사 기조를 보인 바 있는 만큼 금융권에서는 이 사장의 연임을 점치는 시선이 많다.

◇이영종 사장의 실적 성과, 진옥동 회장에게도 작지 않은 의미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은 2022년 말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 체제에서 인사를 통해 발탁된 CEO로 2023년 1월 임기를 시작했다. 다만 엄밀히는 조 전 회장이 아니라 진옥동 현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CEO다.

진 회장은 2023년 3월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에 올라 공식적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다만 2022년 말 인사에서도 그룹 회장 내정자의 신분으로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에 의견을 내는 등 인사에 관여했다. 이를 통해 10명의 임기 만료자들 가운데 4명을 교체했다. 이 사장은 이 4명 중 1명이다.

신한라이프는 2022년 순이익 4494억원을 냈다. 그룹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6414억원의 신한카드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이익을 내는 핵심 계열사였다. 진 회장으로서는 신뢰할 수 있는 인물에 대표이사를 맡기는 것이 당연했으며 그 대상이 바로 이 사장이었다. 이 사장과 진 회장은 2017~2018년 신한금융지주에서, 2019년 신한은행에서 손발을 맞춘 인연이 있다.

2년 임기가 끝나 가는 가운데 이 사장은 실적 측면에서 진 회장의 신뢰에 부응하는 모습이다. 신한라이프는 2023년 순이익으로 전년보다 5.1% 증가한 4724억원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에는 생보업계 순이익이 9.4%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전년 동기보다 0.4% 늘어난 3129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증가세를 유지 중이다.

진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 만료된다. 내년 신한금융의 경영 성적표는 그의 연임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핵심 비은행 계열사인 신한라이프의 순이익 증가세는 이 사장뿐만 아니라 진 회장에게도 의미가 작지 않다는 말이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올해 말 인사를 통해 이 사장이 추가 임기를 부여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자료=신한금융지주)

◇'안정성 중시' 인사 기조, 연임 가능성의 또 다른 이유

진 회장의 인사 기조 역시 이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는 요인으로 파악된다. 진 회장은 지난해 임기 만료를 맞이한 9개 계열사 대표이사 9명을 모두 연임시키며 안정성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그는 자경위에서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인사 기조를 밝힌 바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해지율 가정값을 조정해 보험사의 미실현이익인 CSM(보험계약마진)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기존 주력 상품이었던 단기납 종신보험이 저해지 상품에 해당하는 만큼 새로운 주력 상품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사장에게 아직 경영전략상의 과제가 남아 있다는 의미다.

신한라이프는 2021년 옛 신한생명과 외부 인수 계열사인 오렌지라이프의 합병으로 출범했다. 다만 PMI(인수 후 통합) 작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신한라이프의 근로 조직은 아직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양대 노조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완전한 통합을 달성하는 것 역시 이 사장에게 남은 과제다.

이 사장은 2019년 7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오렌지라이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신한금융과 오렌지라이프 양쪽의 조직문화를 모두 알고 있어 신한라이프의 완전한 통합이라는 과제를 완수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의미다.

그룹의 핵심 비은행 계열사로서 신한라이프의 존재감이 가볍지 않다. 때문에 진 회장은 이 완정 통합의 과제 역시 이 사장의 연임에 무게를 두는 요인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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