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리더십 변화 기로에 섰다. 4곳의 CEO가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보험사는 새로운 지배구조 모범관행의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은행지주 CEO 승계에 발맞춰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가 가동된다. 지주회장과의 역학관계, 관행, 임기 중 경영 성과 등을 들여다보고 연임 또는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
금융지주 산하 계열사 CEO의 임기와 관련해 '2+1'의 관례가 있다. 첫 2년 임기의 성과가 나쁘지 않았다면 1년의 추가 임기가 부여되는 것이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말로 첫 임기의 만료를 앞두고 있어 그간의 성과를 평가받을 시기다.
업계의 시선은 낙관적이다. 실적 측면에서는 생명보험업계 톱2라는 높은 목표에 걸맞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미래 성장동력 발굴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추가 임기 1년의 관례를 깨고 더 긴 임기를 추가로 부여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멀게만 보였던 톱3…순이익은 근접, 기대이익은 추월
신한금융지주는 앞서 9월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CEO의 거취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14개 계열사 중 12곳의 CEO들이 지난해 1월 임기를 시작해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이사 사장 역시 여기에 포함돼 있다.
이 사장은 신한라이프 대표이사에 취임할 당시 생보 '톱2'의 목표를 내걸었다. 이는 업계에서 실현 가능한 도전과제라기보다는 성장을 위해 높은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사장이 어떤 지표에서 2위가 되겠다는 것인지를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의 톱3 체제가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다.
이 사장 체제의 신한라이프가 실적 측면에서는 높은 목표 설정에 걸맞은 성과를 냈다는 데 업계 시선이 전반적으로 일치한다. 지난해 신한라이프는 감독회계 기준 순이익 4819억원을 거둬 업계 3위 교보생명을 단 72억원 차이로 추격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3236억원의 순이익을 내 3위 한화생명과의 격차가 242억원으로 벌어졌다. 다만 올 상반기는 생보업계 순이익이 전년 대비 9.4% 감소하는 등 업황이 좋지 않았다. 업계 톱3 생보사 중에서도 삼성생명을 제외한 2곳의 순이익이 감소했다. 이 가운데서도 신한라이프는 전년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순이익이 2.5%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안정적으로 순이익을 내면서 신한라이프의 신한금융지주 순이익 기여도는 2022년 9.98%에서 올 상반기 말 11.39%로 높아졌다. 이와 같은 실적 성과는 이 시장이 지난해 도입된 IFRS17 회계기준에 발맞춰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중심의 영업전략을 수립한 데 따른 결과로 업계는 바라본다.
CSM은 보험부채 가운데 미실현이익에 해당하는 부분을 별도로 집계한 것으로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 보험사의 미래 기대이익 지표로서 중요성이 높아진 항목이다. 신한라이프의 보험계약마진(CSM)은 올 상반기 기준 7조709억원으로 업계 3위 교보생명의 6조1331억원을 넘어서 있다.
◇성장동력 발굴도 진행 중…추가 임기 기간에 시선
이 사장은 신한라이프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진전을 보였다. 요양사업 진출은 여러 도전 가운데서도 첫손에 꼽힌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1월 헬스케어 자회사 신한큐브온을 요양사업 전문 자회사로 전환하고 사명을 신한라이프케어로 변경해 재출범시켰다.
신한라이프케어는 올 4분기 중 방문요양사업인 재가노인복지사업을 선보이는 데 이어 내년 경기도 하남시에 첫 요양시설의 문을 열 예정이다. 2027년에도 서울시 은평구에 고령자 주거복합시설(실버타운)의 개소를 계획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해외사업 강화 역시 이 사장의 손길이 닿은 미래 성장동력이다. 이 사장은 올해 초 신한라이프 베트남 법인을 방문한 이후 현지 영업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속 설계사(FC) 채널을 신설하도록 주문했다. 이를 통해 신한라이프 베트남 법인은 기존 방카슈랑스(BS)-텔레마케팅(TM) 2채널 체제에서 3채널 체제로 영업 경로를 다각화했다.
이처럼 이 사장이 눈앞의 실적과 미래 대비 양면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업계에서는 그의 연임을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오히려 연임 여부보다 추가 임기의 기간에 더욱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2+1이 관례이기는 하나 필요에 따라 추가 임기가 더 길어지는 전례가 없지 않았다.
당장 신한금융그룹에서도 지난해 첫 2년 임기가 만료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과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2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받았다. 이는 경영전략의 중장기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인사 철학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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