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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인사코드

신한라이프 이영종 대표, 3년 반 동안 준비했다

⑤합병 준비 조직 수장·오렌지라이프 대표 거쳐 통합법인 대표로

조은아 기자  2024-08-28 15: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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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신한라이프가 출범하기까지 복합한 과정이 있었다. 기존에 없던 사업을 인수한다면 그저 가져오면 그만이지만 기존에 같은 사업을 하는 회사가 있다면 문제는 조금 복잡해진다. 기존에 있던 회사보다 새로 합류하는 회사가 더 크다면, 그리고 두 회사를 합병해야 한다면 고려할 변수는 더욱 많아진다.

국내 금융지주들은 이런 과정을 많이 겪었다. 신한금융 역시 다르지 않다. 특히 가장 최근의 빅딜로 꼽히는 오렌지라이프 인수 후 신한라이프 출범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통합법인의 설립과 안착을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인수 직후, 신한금융 출신 배제, 외부로 시선

신한금융도 비은행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인수 그리고 합병의 길을 밟아왔다. LG카드를 인수한 뒤 신한카드와 합병했고, 굿모닝증권을 인수한 뒤 신한증권과 합병했다. 비교적 순조롭게 합병이 이뤄졌고 빠르게 안착한 카드와 달리 증권은 초반 혼돈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인 신한라이프는 어떨까.

신한금융은 2019년 1월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했고 2020년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2021년 7월엔 신한생명으로 흡수합병해 신한라이프를 출범시켰다. 본계약 체결 이후 통합법인 출범까지 단 4달밖에 걸리지 않은 카드와 달리 두 회사는 꽤 오랜 시간 한 지붕 두 회사 체제를 유지했다.

특히 두 회사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추후 있을 통합을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의 자회사 편입을 앞두고 기존 오렌지라이프 대표였던 정문국 전 대표를 기존 신한생명 대표로 깜짝 선임했다. 정 전 대표가 내부 기류를 고려해 고사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피인수기업 출신 인사가 인수그룹 계열사 사장으로 호명된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정 전 대표 카드를 쓸 수 없게되자 신한금융은 시선을 외부로 돌렸다. 조직 안팎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그렇게 찾은 인물이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다. 그는 신한생명 대표를 맡다가 신한라이프가 출범하자 신한라이프 대표도 이어 맡았다.

기업을 인수한 뒤 제3자를 대표로 선임한 사례는 KB금융에서도 찾을 수 있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뒤 예상을 깨고 KB금융 출신도, 푸르덴셜생명 현직 임원도 아닌 제3자 민기식 전 대표를 새 대표로 선임했다. 다만 민 전 대표는 5년 전까지 푸르덴셜생명에서 근무했던 만큼 완전한 외부인은 아니었다.

◇합병 준비 이끈 이영종 대표, 경험 더 쌓고 대표로 선임

성대규 전 대표가 신한라이프 대표에서 물러난 뒤 신한금융의 선택은 이영종 대표였다. 그는 신한은행 출신이지만 신한라이프 대표를 맡기까지 상당한 기간에 걸쳐 '준비 과정'을 거쳤다.

그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에서 근무하다 2019년 7월 오렌지라이프 뉴라이프추진실 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조직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이 대표가 이 곳으로 이동했을 때부터 통합법인에서 요직을 맡을 것이 어느 정도는 확실해졌던 셈이다. 그는 2018년 신한금융에서 전략기획팀 본부장으로 근무하며 오렌지라이프 인수 작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정문국 전 대표가 떠난 뒤 대표 자리를 이어받아 2021년 1월부터 오렌지라이프 대표를 지냈고 6개월 뒤 신한라이프가 출범한 뒤에는 전략기획그룹장(부사장)에 올랐다. 이후 퇴직연금사업그룹장을 거쳐 2023년 1월 신한라이프 대표에 올랐다.

처음 오렌지라이프로 자리를 옮겨 통합법인 대표에 오르기 전까지 3년 반 정도가 걸렸다. 보험업이 금융권에서도 다른 업종보다 복잡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상당한 '경영 수업'이 이뤄진 셈이다. 지주나 은행 출신이 바로 오는 다른 계열사와는 달리 내부 반감 역시 최소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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