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이 하나같이 비은행 이익 확대를 부르짖는 가운데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들의 전략적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높은 이익 창출력이 지주 순이익에 기여한 곳, 포트폴리오 불균형이 고민인 곳, 오히려 지주의 이익을 갉아먹은 곳 등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들이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성과와 그룹 차원의 보험업 전략을 들여다본다.
신한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2조747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2조7815억원의 KB금융지주에 근소한 차이로 리딩금융의 타이틀을 내줬다. 은행만 따지면 신한은행이 순이익 2조535억원의 리딩뱅크였으나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에서 밀렸다.
특히 보험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작용했다. KB금융 보험계열사들이 7743억원의 순이익을 합작하는 사이 신한금융 보험계열사들은 순이익이 그 절반 이하에 머물렀다. 신한라이프는 생보업계에 불리한 제도 개정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신한EZ손해보험은 적자를 지속하며 디지털 보험사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은행 '양대 축' 신한라이프, 제도 개정 불리함 딛고 이익 방어
신한금융 보험계열사는 2024년 상반기 반기보고서상 합산 순이익 3069억원을 내 전년 동기보다 1.1% 감소했다. 이 기간 신한라이프는 전년 동기보다 0.4% 증가한 순이익 3129억원을 거둬 3793억원의 신한카드와 함께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를 지탱했다. 반면 신한EZ손보는 순손실 60억원을 기록해 적자 규모가 47억원 불어났다.
신한라이프의 순이익은 금융감독원 업무보고서상으로는 32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투자손익이 1119억원에서 418억원으로 701억원(62.6%) 감소했지만 보험손익이 3125억원에서 4061억원으로 936억원(30%) 증가했다.
올 상반기 보험사들의 투자손익은 금리 상승과 증시 악화 등 불리한 외부 요인 탓에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신한라이프의 경우도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자산(FVPL) 6조6334억원 중 83.7%에 해당하는 5조5534억원의 수익증권에서 457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등 투자자산의 가치 측정에서부터 손익 감소의 부담을 안았다.
반면 보험부문의 손익 개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올 초 당국의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적립기준이 생보사들에 불리하게 변경되면서 생보사들이 모두 일회성 비용을 떠안은 가운데서도 이익 창출능력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신한라이프의 상반기 보험부문 성과의 원동력은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쌓은 CSM(보험계약마진)이다. 상반기 말 기준 CSM은 7조709억원으로 금융지주 산하 경쟁 생보사인 NH농협생명의 4조8097억원과 KB라이프의 3조1446억원보다 월등한 규모다. 심지어 생보업계 '빅3' 중 한 곳인 교보생명의 6조1801억원보다도 많다.
◇적자 지속 신한EZ손보, 장기보험 강화 전략에 시선집중
신한EZ손보는 소형 보험사로 신한라이프 대비 신한금융지주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다만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기업보험에 집중했던 전신 BNP파리바카디프손보 시절은 물론이고 2022년 7월 신한금융지주 산하에서 디지털 보험사로 출범한 이후로도 꾸준히 손실만을 누적 중이다.
올 상반기 신한라이프가 투자손익 악화를 보험손익 개선으로 만회했던 것과 달리 신한EZ손보는 두 부문 모두 부진했다. 투자손익이 28억원에서 15억원으로 줄어드는 사이 보험손익도 -35억원에서 -75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업계에서는 신한EZ손보의 장기보험 강화 행보를 주목한다. 디지털 보험사, 즉 통신판매전문보험사는 통신판매의 비중을 9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만큼 약관이 길고 복잡한 장기보험보다는 소액 단기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신한EZ손보는 통신판매전문보험사가 아닌 종합보험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장기보험 판매가 비교적 수월하다.
신한EZ손보는 지난 4월 건강보험과 운전자보험, 주택화재보험 등을 내놓고 장기보험 포트폴리오를 처음 꾸렸다. 이어 7월에는 4세대 실손보험을 일반 소비자용과 유병력자용으로 나눠 출시하며 장기보험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특히 디지털 손보사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실손보험에 진출한 것이다.
신한라이프의 안정적인 이익 창출능력은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축적한 대량의 CSM에 기반을 둔다. 이처럼 신한EZ손보 역시 장기보험을 통해 CSM을 축적하고 이를 상각하며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수익구조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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