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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셀트리온, 육각형 가린 오너의 '그림자'

[총평]①'구성·참여도' 무난, 평가개선 프로세스 2점대로 최저

최은수 기자  2024-09-27 14:26:16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셀트리온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에 드는 양대 바이오기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 즉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에 주력하는 점을 고려하면 신약개발에 뛰어든 국내 바이오기업 중 가장 높은 시총을 기록 중이다.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의 대표주자 셀트리온의 이사회를 평가한 결과 '구성'과 '참여도', '정보접근성'에서 양호한 점수를 받았다. 다만 이사회를 건설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평가개선 프로세스'에 용퇴를 선언했던 서정진 회장이 작년 복귀하며 결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경영성과'도 다소 미흡해 육각형에 공백이 생겼다.

◇사외이사 12명 중 8명, 오너 일가 두명이 의장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뒀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총 6개 공통지표를 토대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셀트리온은 255점 만점에 156점을 받았다.


우선 '구성' 항목은 45점 만점에 35점, 평점은 5점 만점에 3.9점을 얻었다. 이사회는 총 12명으로 구성돼 적정 규모를 이뤘다. 이사회 구성원들의 역량 매트릭스 BSM(Board Skills Matrix)를 만들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시자료 곳곳에 배치했다.

세부적으로 이사회를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8명으로 채웠다. 사외이사 비율이 3분의 2에 달했다. 이사회 안에 사외이사 수가 많고 비율이 높을수록 이사회의 독립성은 강화되는 구조다. 상법상 의무설치 대상인 소위원회 외엔 ESG위원회와 성과보수위원회 두 곳을 설치했다.

다만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아닌 사내이사가 맡고 있다. 창업주인 서정진 회장, 그리고 오너 2세 서진석 대표이사가 공동 의장을 맡는 구조다. 서 회장이 경영일선 복귀를 선언하며 이 구도가 만들어졌다.

물론 셀트리온은 이사회 별도 지원조직을 만들어 임원급 수장을 배치했다. 그러나 이사회를 뒷받침하고 역량 제고를 돕는 것과 별개로 오너에 대한 이사회의 독립성이 담보됐다고 보긴 어렵다.

전체 항목 중 '참여도'는 5점 평점에 3.9점으로 '구성'과 같았다. 2023년 총 17번 열린 이사회에 구성원의 연간 참석률은 모두 90%를 넘었다. 이사와 감사에 대한 교육도 연 3회 개최하면서 이사회를 지원했다. 다만 2023년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활동 내역이 없었다.

'견제기능'은 평점 5점 만점에 3.2점으로 45점 만점에 29점이다. 이사 성과가 총주주수익률(TSR)이나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연동되지 않고 있으며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이 낮은 점수를 받은 요인이다. 셀트리온은 감사위원회의 경우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정보접근'은 용이했지만 향후에도 이사회 평가 개선 가능성 낮아

'정보접근성' 항목에선 총 30점 만점에 23점이 나왔다. 대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국내 자본시장을 근간으로 성장해 온 점이 반영됐다. 평점으로 살펴보면 5점 만점에 3.8점이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73.3%였고 전자공시 등을 통해 이사회에 관한 내용을 소상하게 기재하며 이사회 개별 활동에 대한 접근성도 우수했다.

셀트리온은 '평가개선 프로세스' 항목에선 35점 만점에 15점을 받았다. 평점 5점 만점에 2.1점에 머물렀다. 전반적으로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 프로세스가 미비했다. 셀트리온 이사회 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다.

이사회 평가에 근거를 둔 개선안도 별도로 공개하지 않은 게 영향을 줬다. 이사회에 대한 평가 역시 주주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자체 평가 점수나 종합 평점을 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가 개선 프로세스 항목은 셀트리온의 이사회 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과 서진석 대표를 포함한 오너 일가가 사실상 소유와 경영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서 회장은 전문경영인 및 사외이사 중심 체제를 선언했다가 약 2년 만에 현업으로 돌아왔다. 당분간은 평가개선에 대한 의지가 높지 않아 보인다.

'경영성과' 항목 중에선 영업이익성장률, 부채비율, 이자보상배율에서 만점인 5점을 받았다. 2023년 셀트리온 주가는 전반적으로 고점에서 내려온 영향을 받아 투자 항목이 대체로 부진했다. 셀트리온의 경영성과 총합 점수는 55점 만점에 28점 평점으론 5점 만점에 2.5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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