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오너 서정진 회장의 장남 서진석 대표가 처음으로 셀트리온 지분 확보에 나섰다. 지주사가 아닌 핵심 사업기업인 셀트리온 지분을 장내매수 방식으로 확보했다는데 주목된다.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가 아닌 셀트리온 지분을 매입한 건 승계보다는 책임경영 강화에 무게가 더 쏠려있다. 주주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다짐으로써 차기 리더의 입지를 다지는 행보다.
◇입사 10년 만의 첫 주식 매입, 1억원 규모 장내매수 서진석 대표는 지난 24일 셀트리온 주식 495주를 장내매수 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취득 단가는 20만2000원으로 총 1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1984년생인 서 대표는 부친의 뒤를 이어 셀트리온의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사회 공동의장이자 대표이사로서 셀트리온 경영을 총괄한다.
하지만 지배구조에서 만큼은 셀트리온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셀트리온 주식을 전혀 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 대표가 셀트리온에 입사한 건 2014년. 10년 동안 서 대표의 지분은 0%였다.
입사 11년째인 올해 처음으로 지분 확보에 나섰다. 매입 주식수는 495주로 미미한 수준이다. 824만8563주(3.75%)를 지닌 서 회장은 물론 서 회장의 동생 서정수 부회장(6295주)과 비교해도 주식수가 한참 낮다. 서 회장의 오른팔, 왼팔로 분류되는 전문경영인 기우성·김형기 부회장이 각각 18만4444주(0.08%), 20만5618주(0.09%)로 훨씬 많은 지분을 들고 있다.
증여가 아닌 직접 매수 방식인 만큼 한꺼번에 많은 주식을 매입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 대표는 서 회장에 이은 서열 2위로 꼽히지만 연봉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셀트리온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사람은 8억1100만원의 서 회장으로 유일하게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인물이다.
◇셀트리온 미래 책임지는 장남, '차기 리더' 입지 다지기 서 대표는 작년 말을 기점으로 차기 리더로 떠올랐다. 셀트리온의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말 기우성·김형기 부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에 올랐고 올해 1월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JPM)에 서 회장과 함께 발표하며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경영에 그치지 않고 셀트리온 지배력도 높이는 행보에 나선 셈이다. 셀트리온그룹의 미래성장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서 셀트리온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도 해석된다.
셀트리온은 새로운 지주사 체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통합, 거대 셀트리온으로 재탄생 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신약 '짐펜트라'가 미국에서 출시돼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한 해이기도 하다. 바이오시밀러에서 신약과 헬스케어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최고경영자들의 지분 매입을 요구해왔다. 올해 처음 대표이사에 오른 서 대표가 셀트리온 주식을 매입한 건 주주들의 요구를 반영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차기 리더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가 아닌 셀트리온 지분을 매입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번 주식 매입이 승계가 아닌 셀트리온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서 회장이 98.13%를 쥐고 있다. 비상장사로 증여를 받거나 구주 또는 신주를 매입하지 않는 한 지배력을 갖기 힘들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상장을 예고한 만큼 상장 과정에서 지배구조에 변화를 둘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그간 주주들의 요청사항이 있었고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지분 매입이 이뤄졌다"며 "셀트리온은 최고경영진을 필두로 앞으로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