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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셀트리온, 다이내믹 이사회의 그늘 '선언적 명문화'

[견제기능]⑤승계정책·성과보수 등서 구체성 미비… 감사위원회 운영은 '만점'

최은수 기자  2024-10-07 14:10:18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셀트리온은 2023년에만 17차례의 이사회를 열었다. 평균 한달에 한 번 이상 이사회가 열렸는데 구성원들은 90% 이상 이사회에 참석하며 상당히 양호한 참여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사회의 경우 구성원의 역동적 참여 외에도 본연의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 역시 살펴봐야 하다. 셀트리온의 이사회는 경영진과 소유주에 대한 감독과 견제와 관련한 기능은 아직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추후 CEO 승계정책이나 성과연동보수 등 체계가 미비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겠단 의지를 나타낸 점은 특기할 만하다.

◇'전원 사외이사' 감사위 운영 합격점, 그러나 승계정책 '부재'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아 총 6개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를 꾸렸다.


셀트리온의 이사회를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에 157점이 나왔다. 이 가운데 '견제기능' 지표에서 셀트리온은 평점 3.0점을 받았다. 총 5점 만점으로 구성된 8개 문항에서 24점을 받았다. THE CFO가 꾸린 평가 툴 상 견제기능 지표는 원래 9개 문항이다. 다만 셀트리온은 2023년 미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하지 않아 이번 평가에선 배제했다.

세부적으로 셀트리온은 감사위원회의 운영 전반에 걸쳐 좋은 평가를 받았다. 먼저 감사위원회를 사외이사 전원(8명)으로 꾸렸다. 8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이재식 감사위원회 위원장은 삼정KPMG 부회장 출신으로 공인회계사(CPA)다. 충분한 전문성을 갖춘 구성원들을 배치하고 이들을 토대로 활발한 위원회 활동을 벌였다.

모두가 감사위원인 각 사외이사진 전체에 대해 감사 업무와 관련한 교육을 진행한 점도 눈길을 끈다. 8명을 대상으로 연간 2회의 감사위원 관련 교육의 자리를 마련했다. 통상 감사위원회를 꾸린 다른 상장사들의 경우 위원회 총수를 3명 안팎으로 운영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부분은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과 성과보수 항목이었다. 특히 CEO 승계와 관련한 정책은 사실상 부재했다. 셀트리온이 견제기능 지표 해당 문항에선 최하점(1점)을 받게 된 배경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2월 내부 지침에 따라 최고경영자 승계를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했고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외부로 공개된 내용은 없었다. 현재로선 비상시 선임정책 및 연임 정책이나 승계정책 운용주체, 후보군 선정기준과 절차, 후보자 관리 및 교육 등 구체적인 승계 사항이 문서화된 명문 규정이 없는 셈이다.

◇그룹 통합 영향 2023년만 미등기임원 보수 미공개… 개선의지는 꾸준

임원 보수 지급 영역도 마찬가지로 낮은 배점을 받았다. 이사들의 보수를 총주주수익률(TSR)이나 주주가치제고 성과에 연동해 지급하는 제도 자체가 마련되지 않았다. 더불어 미등기이사의 보수 수준 역시 공개되지 않아 등기이사 대비 과도하게 책정됐는지 여부 등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셀트리온은 이사보수와 관련해선 지속적으로 주주와 소통하며 조율해 나가고 있다. 올해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 한도 승인과 관련한 소수주주 반대율이 높게 나오자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한도를 120억원에서 집행할 것을 약속한 점 등에서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보인다.

미등기이사의 보수의 경우 작년 숨가쁘게 그룹 통합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공개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의 경우 2023년을 제외하면 매년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미등기임원의 보수 현황을 공개해 왔다.

2023년 통합 그룹을 꾸리기 전 셀트리온의 미등기임원은 약 30명 평균 급여액은 약 3억원이었다. 다만 그룹 통합 이후 미등기임원은 약 40여명으로 늘었다. 더불어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인사들이 통합 법인으로 한데 모이는 과정에서 각자의 연봉 테이블이 달랐던 점 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셀트리온은 부적격 임원의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견제정책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구체적이며 소상하게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에 기재하진 않았다. 단순하게 정책을 마련했다는 입장만을 내놓은만큼 정보공개에서 투명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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