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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는 ‘레드팀’, 전문가적인 의구심 필요”

심규택 포비스 마자르 새빛회계법인 파트너 “다른 시선으로 잠재적 위험요소 걸러야”

김지효 기자  2024-10-10 14:00:04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이사회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사외이사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거수기’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사외이사 선정부터 운영까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의구심 어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기업 밖에 있으면서도 기업의 경영진으로서 무게감을 느끼며 그에 걸맞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외이사들도 적지 않다. 주어진 과업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사외이사로서 필요한 역량과 역할, 자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더벨이 만난 심규택 회계사(사진)도 이런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현재 포비스 마자르 (Forvis Mazars) 새빛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전무)이자 쌍방울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더벨은 쉽지 않은 역할을 맡은 심 파트너를 만나 사외이사를 하게 된 계기와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사외이사의 역할, 필요 역량 등을 들어봤다.

◇사외이사로서 ‘자기검열’ 고충, 기업 정상화 목표

심 파트너는 회계사로 대형 회계법인에서 회계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줄곧 감사업무에 몸 담았다. 회계사로서 사외이사에 대해 처음부터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사외이사를 반드시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감사업무를 하면서 기업에 대한 이해가 자연스럽게 높아졌고 사외이사를 하게 된다면 상장사에 대한 이해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사외이사 제안을 받게 된 건 사외이사 인력뱅크를 통해서다. 사외이사 인력뱅크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운영하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풀이다. 코스닥협회 또한 코스닥상장법인을 위해 코스닥 인력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심 파트너는 “쌍방울 사외이사 제안을 받고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오히려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상적인 사외이사의 역할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수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쌍방울은 지난해 거래소로부터 개선기간을 받은 이후 이사회를 대폭 개편했다. 이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았던 기존과 달리 외부기관 추천을 통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렇게 현재의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4인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꾸려졌다.

심 파트너는 실제 사외이사를 맡기 전까지 회사의 특수한 상황이 가장 어려운 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사외이사로 활동하다 보니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자기검열’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사외이사는 비상근으로 기업 밖에 있다 보니 제한된 시간 안에서 가장 좋은 의사결정을 한 것인지, 놓친 점이 있지는 않은지 매번 고민하게 된다”며 “주주나 이해관계자 등이 궁금할 만한 부분이 추가로 있지 않을까 여러 각도에서 고민하며 자료를 추가적으로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가 사외이사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건 회사의 ‘정상화’다. 특히 현재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기업의 특성상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기에 주주가치를 회복시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직원, 협력업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그들의 미래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심 파트너는 “직원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회사가 과거의 문제들과 결별하고 정상화되면 보람찰 것 같다”며 “그전까지는 경영진으로서, 사외이사라는 한계 안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30~40대, 이사회서 새로운 시선 제시

심 파트너는 “사외이사는 레드팀(Red team)”이라고 말했다. 레드팀은 조직 내에서 취약점을 발견하고 공격하는 역할을 부여 받은 팀을 의미한다. 조직의 전략을 점검 및 보완하기 위해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맡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과 유사한 개념이다.

그는 사외이사가 레드팀으로서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을 다른 관점으로 보면서 잠재적으로 다루지 못한 위험 요소들을 사전에 거를 수 있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어드바이저로서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다양한 산업의 관점을 공유해주고 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전문가적인 의구심’도 사외이사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꼽았다. 전문가적인 의구심은 주로 감사 업무를 수행하는 회계사들에게 요구되는 자질로 단순한 의심을 넘어 오류나 부정에 의한 왜곡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감사 증거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태도를 말한다.

심 파트너는 “무턱대고 의심을 하는 게 아니라 이사회에 보고된 내용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보고자 하는 노력”이라며 “다른 사람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받는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어떤 자료를 확인하고 추가적으로 물어볼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적인 의구심을 바탕으로 여러 상황을 종합했을 때 그 내용이 부합하는지를 계속 확인하고 의문이 생기면 질문을 통해 해소를 한다”고 말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레드팀’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성별, 지역, 전문분야 등에서 다양성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심 파트너는 특히 30~40대 청년층이 이사회에 진입했을 때 장점도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 상장사 사외이사는 상대적으로 50~60대에게 쏠려있다.

심 파트너는 “청년층은 아직까지 사외이사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며 “하지만 과거와 달리 스타트업 등이 많아지면서 경영진의 나이대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0~40대가 상대적으로 연륜이 부족하고 경험이 짧지만 최근의 인공지능(AI)과 같은 IT 트렌드 등에 대해서는 더 밝을 수 있기에 이사회에서 다른 시선을 제시해줄 수 있다"며 “이전 시대의 경영이 아닌 새로운 흐름을 제시함으로써 다양성 측면에서 이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계사들의 이사회 참여로 회계투명성 제고 기여 희망

심 파트너는 회계사들이 적극적으로 기업 사외이사로 참여해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도 내보였다. 상법상 감사위원회에는 회계사 또는 회계 관련 역량이나 경험을 보유한 자를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한다. 반면 사외이사로 회계사를 선임해야 할 의무는 없다. 특히 기업들의 감사업무를 많이 맡는 대형 회계법인의 특성상 사외이사 선임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그는 “사외이사의 책임과 역할이 큰 데다 사외이사로 기업과 연을 맺고 있는 동안에는 감사 업무를 수임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외이사 맡기를 꺼리는 회계사도 있다”며 “하지만 회계사들이 회계분야 전문가로서 다양한 산업에 대해 그간 쌓은 경험을 나눠 기업의 회계투명성과 재무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사의 회계 투명성이 높아지면 주주 가치 제고와 공익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계사 또한 사외이사 활동을 통해 산업에 대한 이해를 폭넓게 가질 수 있다.

심 파트너는 회계자문을 외부 회계법인에 맡기는 것과 이사회 일원으로 회계사가 있는 것은 다르다고 본다. 그는 “회계업무에 대해 외주를 줄 수 있지만 그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외주는 고객의 요구조건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둔다면 사외이사는 등기임원으로 법률상 책임감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

사외이사의 책임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없고 돈을 버는 방법이 얼마나 올바른 것인지,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며 “사외이사도 경영진의 한 명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회사가 ‘잘 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외이사들이 ‘사외(外)’에 방점을 찍고 제3의 관찰자 입장에서 업무를 진행하기보다 ‘이사’에 집중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기업의 가치 증대와 공익 향상 등 사회 전반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규택 회계사 주요 이력

1982년생 부산대학교 회계학과 졸업
한국공인회계사(KICPA)
(현) 한국공인회계사회(KICPA) 이사
(현) 포비스 마자르 새빛회계법인 파트너
(현) 한국거래소 상장중소기업 내부회계관리제도 예비컨설팅 컨설턴트
(현) 쌍방울 사외이사
(전) Deloitte 안진회계법인 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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