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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유동성 점검

'자본잠식' 해피머니, 영업현금은 왜 플러스일까

상품권예수금 미리 유입, 미지급금 돌려막기…기간 지난 상품권은 '공돈' 수익

고진영 기자  2024-08-02 08:23:36

편집자주

'티메프(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전반의 재무건전성을 살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큐텐그룹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가 잇달아 경영난에 처한 근간에는 자금 여건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THE CFO는 종합 온라인몰, 딜리버리, 패션, 여행, 중고거래 분야에 속한 주요 이커머스 기업 20개사의 유동성 상황을 진단한다.
티메프 사태의 여파로 타격을 입은 곳 중 하나는 해피머니아이엔씨다. 티몬 위메프 등을 통해 판매한 해피머니 상품권의 대금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해피머니 가맹점들이 해피머니 결제를 차단했고 해피머니 상품권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해피머니아이앤씨는 자체 자금을 통해 환불을 진행해왔으나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대금 지급을 받기 힘들어지자 환불 조치를 중단한 상태다. 결국 해피머니 상품권 구매자들을 해피머니 아이엔씨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티메프 사태 이전까지 해피머니의 자금 상황은 어떨까. 해피머니는 사실상 설립 이래로 쭉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계속돼왔다. 감사보고서가 확인되는 2001년부터 매년 순자산이 마이너스(-)를 찍었다. 의의인 부분은 이 상태로 20년 넘게 별탈없이 운영된 데다 '티메프' 이슈 전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피머니 매출은 대부분 상품권을 팔아서 받는 수수료 수익으로 이뤄져 있다. 1만원짜리 문화상품권을 9500원에 팔았다고 가정했을 때, 상품권이 사용된 가맹점에서는 일정한 수수료를 뗀 대금(가령 9400원)만 상품권 발행업체(해피머니)에 청구한다. 해피머니가 1000원의 수수료 수익을 얻는 구조다.

하지만 판매수수료만으론 판촉비를 비롯한 영업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실제로 해피머니는 2005년과 2006년 딱 두 해를 빼곤 매해 영업손실을 봤다. 특이한 점은 만년적자인데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수년째 플러스(+)를 유지 중이라는 데 있다.


해피머니는 2018년부터 작년까지 6년간 끊이지 않고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했다. 순손실을 기록한 해에도 영업현금이 유입된 것은 사업구조 상 돈이 들어오는 시점과 가맹점에 대금을 줘야 하는 시점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상품권을 팔면 해피머니는 액면가 전액을 상품권예수금으로 계상한다. 액면가보다 깎아서 판매한 경우 그만큼을 '상품권할인액' 계정으로 차감하고 있다. 예수금에서 할인금을 제외한 만큼의 금액이 실제 현금으로 유입되는 셈이다.

반면 소유자가 상품권을 써서 가맹점이 해피머니에 대금을 청구했을 때엔 이 돈이 빠져나가기 전까지 미지급금으로 잡힌다. 미지급금은 일종의 외상, 즉 지급 채무이므로 현금흐름상 보탬으로 작용한다. 해피머니는 다시 상품권을 발행해 들어온 돈으로 미지급금을 갚고 꾸준히 상품권을 찍어서 영업현금을 플러스로 유지하고 있다. 일종의 돌려막기 형태다.


지난해 연말을 보면 해피머니는 상품권예수금이 연초 대비 890억원가량, 미지급금은 약 590억원 늘었다. 덕분에 미수금이 1860억원으로 1300억원가량 증가했는데도 영업현금 흑자가 유지됐다. 미수금은 상품권을 유통한 이커머스 등에서 아직 정산받지 못한 돈이다.

이밖에도 해피머니는 낙전수익을 추가로 얻고 있다. 낙전수익은 잊혀진 상품권에서 생기는 일종의 '공돈'이다. 상품권은 유효기간이 끝나도 상법상 발행 후 소멸시효인 5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잔액의 90%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뒤엔 상품권 발행기업의 이익으로 귀속된다.

해피머니 역시 '상품권기간경과이익' 명목으로 낙전수익을 영업외수익에 인식하고 있다. 영업손익이 적자인데도 때때로 순이익 창출에 성공하는 원인이다. 지난해의 경우 31억원의 영업손실이 났지만 상품권기간경과이익 41억원 등이 반영된 덕분에 당기순손익은 19억원 흑자를 봤다.


다만 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지면서 해피머니도 이런 사업구조를 이어가기 어려워졌다. 올해 티몬 등을 통해 대거 팔았던 상품권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상품권을 계속 찍어 판매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티몬은 5월부터 ‘상품권 타임딜’로 해피머니 상품권을 최대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7월까지 약 3개월간 3000억원 상당의 해피머니 상품권이 시장에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피머니 측은 "티몬 등 큐텐 계열로부터 미정산 금액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정산 상황과 별개로 예치금을 써서 환불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해피머니가 가진 유동성을 보면 현금성자산 473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 외에 단기대여금 46억원 정도가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다. 이밖에 예수금 1500억원을 보유했다. 올해 상품권 발행을 대폭 늘린 만큼 예수금은 더 들어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가맹점에 줘야하는 미지급급 역시 지난해 말 1500억원을 넘었기 때문에 환불 여력은 빠듯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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