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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유동성 점검

'1조' 유증자금 소진한 쓱닷컴, 물류보다 수익성

[온라인몰]⑤차입 상환, M&A 중심으로 활용…'EBITDA 개선' 내부 목표

고진영 기자  2024-08-01 13:14:40

편집자주

'티메프(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전반의 재무건전성을 살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큐텐그룹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가 잇달아 경영난에 처한 근간에는 자금 여건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THE CFO는 종합 온라인몰, 딜리버리, 패션, 여행, 중고거래 분야에 속한 주요 이커머스 기업 20개사의 유동성 상황을 진단한다.
5년 전 SSG닷컴의 출범은 1조원 투자 유치로 크게 주목 받았다. SSG닷컴은 확보한 실탄을 순차적으로 썼고 자연스럽게 유동비율은 떨어지고 있다. 그간의 자금활용 흔적을 짚어보면 물류 투자에 거리를 두기 시작한 전략 변화가 엿보인다. 배송 경쟁력보다 현금창출력 개선으로 초점을 옮겼다.

◇유동비율 150%→70%…1조 어디에 썼나

지난해 SSG닷컴의 연결 유동자산은 4833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8200억원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축소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유동부채는 5463억원에서 6725억원으로 늘었다. 쌓인 현금이 줄자 차입을 통해 유동성을 확충했기 때문이다.


유동비율도 그만큼 악화한 모습을 보였다. 2019년 150%를 넘었으나 추세적 하향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72%까지 하락했다. 여유로웠던 유동비율이 가파르게 내린 배경은 투자금 소진에 있다.


앞서 SSG닷컴은 독립 출범 당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 등 사모펀드로부터 총 1조원 투자를 약속 받았다. 2019년 7000억원, 2022년 3000억원 등 두차례에 걸쳐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두 사모펀드는 SSG닷컴 지분을 각각 15%씩 확보했다.

신세계그룹이 외부투자를 조단위로 끌어온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회사 측은 물류센터 등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이례적 유증의 주목적으로 설명했다. 당시 2곳이던 온라인전용 물류센터 '네오(NEO)’를 6개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시만 이후 자금이 쓰인 내역을 보면 처음의 투자계획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2019년 1차 유증대금이 들어오자 이듬해 SSG닷컴은 빚부터 우선 정리했다. 만기가 돌아온 사채 2000억원을 차환없이 현금으로 갚았다.

또 1년 뒤인 2021년엔 다시 거금이 빠져나갔다. 패션 플랫폼인 'W컨셉(더블유컨셉코리아)' 지분 100%를 SSG닷컴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인수 대가로 SSG닷컴은 현금 2616억원을 지급했다. 앞서 상환에 쓴 금액과 합치면 약 4600억원을 넘는다.

게다가 2021년과 2022년 SSG닷컴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각각 -300억원, -1300억원 수준의 영업현금을 기록하면서 그만큼 유동성에 타격을 줬다. 부족해진 유동성을 채워넣기 위해 SSG닷컴은 시설자금대출 명목으로 2022년 1200억원을 빌렸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현금이 플러스 전환하긴 했으나 15억원에 그쳤다. CAPEX(자본적지출)를 감당하려면 한참 부족한 규모. 결국 SSG닷컴은 그 해 벌어들인 돈으로 지출을 충당하지 못하고 보유 현금을 더 소진했다.


작년 말 기준 SSG닷컴의 현금성 자산은 1911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으로 줄었다. 여기서 1200억원 정도는 차입으로 조달했으니, 사실상 투자 받았던 1조원을 이미 다 썼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정작 물류 등 시설투자에 쓰인 돈은 유증자금의 절반에 못 미친다. 2019년 약 1170억원, 2022년 약 2600억원을 오포 물류센터 공사 등 유형자산 취득에 사용한 일을 제외하면 다른 해 CAPEX는 경상적 투자 수준에 그쳤다. 나머지는 인수합병이나 차입 상환, 운영자금 충당 등에 활용했다.

◇EBITDA 흑자 최우선…유동성 중심 전략

SSG닷컴이 투자 전략을 수정한 이유는 쿠팡이 배송 인프라를 압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무리하게 물류를 확대해봤자 효과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김포 네오센터와 오포 물류센터 등의 운영을 아예 CJ대한통운에 넘기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성장보다 수익성 개선으로 방향 전환을 한 상황"이라며 "CJ와의 협력, 점포 후방시설 등을 통해 물류를 고도화하는 방식이 낫다고 판단했고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넘기고 매각대금으로 다시 투자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을 지탱해줄 현금창출력은 여전히 고민이다. SSG닷컴의 연결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2019년 이후 쭉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W컨셉의 경우 2020년부터 EBITDA 흑자를 유지 중이지만 작년 말 기준 39억원 규모라 아직 크게 기댈만한 수준은 못된다. 다만 EBITDA 적자폭이 2021년 550억원에서 지난해 259억원으로 반 이상 줄어든 부분은 긍정적 시그널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유동성 측면의 경우 현재 EBITDA 흑자 전환이 1차적인 목표고 내부적 계획은 이미 수립돼 있다 "며 "최근 희망퇴직 등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으며 식료품 쪽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체계적으로 적자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 SSG닷컴의 유동자산은 현금시재, 보통예금, 단기금융상품 등 현금성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금액(1911억원)과 매출채권 및 기타수취채권 2252억원, 재고자산 509억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또 유동부채는 미지급금(3878억원)을 포함한 매입채무 등 지급채무가 4744억원으로 가장 많고 단기금융부채(1013억원)가 뒤를 이었다. 유동성 차입금은 W컨셉이 단기 차입한 70억원을 포함해 128억원 뿐이다. 수치만 보면 유동자산으로 감당하기 힘들지만 지급채무 중 1731억원은 이마트나 신세계 등 특수관계자에 대한 채무라는 점에서 실질적 부담은 덜하다고 봐야 한다.


이밖에 SSG닷컴은 2850억원 규모의 대출약정을 금융기관과 체결했으며, 그 가운데 1318억원을 실행했다. 약 1500억원의 한도가 남아 있는 셈이니 급한 불이 나더라도 진압할 여력이 있다.

신세계그룹을 배경으로 둔 만큼 투자자 확보 역시 유리한 편이다. 어피너티 등 기존 투자자들의 엑시트가 문제될 뻔 했으나 최근 신세계그룹이 새로운 재무적투자자(FI)들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1조원을 새로 조달해야 하는 걱정을 해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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