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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유동성 점검

20개사 위기대응 여력은…'딜리버리' 업권 가장 탄탄

[총론]①배민 단기차입 대비 유동성 51배…종합 온라인몰 부문에서는 '지마켓' 우수

박동우 기자  2024-07-31 07:40:02

편집자주

'티메프(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전반의 재무건전성을 살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큐텐그룹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가 잇달아 경영난에 처한 근간에는 자금 여건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THE CFO는 종합 온라인몰, 딜리버리, 패션, 여행, 중고거래 분야에 속한 주요 이커머스 기업 20개사의 유동성 상황을 진단한다.
전국이 '티메프(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떠들썩하다. 소비자 환불이 지연되고 입점한 셀러들이 대금을 제때 못받은 이면에는 티몬과 위메프가 처한 경영난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자연스레 세간의 관심사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재무건전성을 둘러싼 질문으로 가닿는다.

THE CFO는 종합 온라인몰, 딜리버리(외식 배달), 패션, 여행, 중고거래 플랫폼 등의 분야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영위하는 20대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했다. 차입금 상환, 미지급금 반환 등의 현금 유출 상황에 대처할 역량을 살피는데 초점을 맞췄다.

20개사의 재무 위기대응 여력을 살펴본 결과 '딜리버리' 업권이 가장 탄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단기성차입금의 51배 되는 유동성을 보유했다. 종합 온라인몰 부문에서는 신세계그룹이 2021년에 인수했던 지마켓이 가장 우수한 지표를 드러냈다.

◇지마켓 여유자금 4600억, 미지급금 대비 9배

THE CFO가 전자상거래 업계에 포진한 주요 20개사의 사업·분기·감사보고서 등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말 별도기준으로 단기성차입금 대비 유동성 배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배달의민족' 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로 나타났다. 여유자금이 4437억원으로 상환 만기가 1년 안에 도래하는 차입잔액 87억원의 51.3배로 집계됐다.


딜리버리 플랫폼 시장점유율 2위로 도약한 쿠팡이츠 역시 44.8배를 시현했다. 단기성차입금이 유동리스부채 8억원에 그치는 반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341억원을 기록했다. '요기요' 앱을 운영하는 위대한상상도 단기성차입금 64억원의 약 13배 규모인 837억원을 가용자금으로 축적했다.

미지급금 대비 유동성 배수가 가장 높은 회사는 쿠팡이츠였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말 가용자금이 341억원으로 미지급금 20억원의 17.4배를 기록했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1위 기업 당근마켓이 10.9배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여유자금 1043억원을 보유했는데 미지급금은 96억원에 불과했다.


종합 온라인몰 부문에서 위기대응 여력이 단연 뛰어난 회사는 지마켓(옛 이베이코리아)이다. 2021년에 신세계그룹이 3조6000억원을 투입하면서 계열로 편입된 기업이다. 작년 말 지마켓이 보유한 유동성은 현금성자산(4121억원),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291억원), 단기금융상품(242억원) 등 4655억원으로 미지급금 469억원의 9.9배 규모다.

단기성차입금 대비 유동성 배율도 지마켓이 15.4배로 종합 온라인몰 영역 최상위에 올랐다. 1년내 갚아야 할 빚을 살피면 유동리스부채 303억원이 전부인데 여유자금의 6.5% 수준이다. 이외에 SK그룹 계열 11번가는 5.8배, 인터파크커머스는 3.8배, 쿠팡은 3.3배로 집계됐다. 패션 분야 커머스 업체 무신사는 1.1배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단기 상환이 도래하는 차입잔액이 2495억원으로 여유자금 2690억원의 92.8%나 됐다.


◇야놀자·오아시스, 유동비율 '재무안정 기준선' 200% 웃돌아

2023년 말 별도기준으로 유동비율이 200%를 웃도는 업체는 △당근마켓 △야놀자 △오아시스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5곳으로 나타났다. 100% 이상 200% 미만 범위에 속한 회사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무신사, 여기어때, 쿠팡이츠, W컨셉, 인터파크커머스, G마켓, 위대한상상(요기요) 등 8개사로 집계됐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으로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에 대응해 회사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여력을 살피는데 유용한 지표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이 100%를 초과하면 유동자산으로 유동부채를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200%를 웃돌면 유동자산이 유동부채의 2배가 넘는 만큼 재무상태가 안정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20개사를 통틀어 당근마켓의 유동비율이 516.1%로 단연 높았다. 2023년 말 유동자산이 1196억원으로 유동부채 232억원의 5배가 넘는 규모다. 유동자산을 구성하는 항목 가운데 단기금융상품(820억원)과 현금성자산(223억원) 등 여유자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분야에서 활약하는 중고나라(268.7%)와 번개장터(219.2%) 역시 200%를 초과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딜리버리 플랫폼 3사도 안정적 양상을 드러냈다. 우아한형제들의 유동비율은 163.1%로 나타났는데 유동자산이 1조2680억원으로 유동부채 7775억원 대비 1.6배 규모다. 유동자산 742억원을 보유한 쿠팡이츠는 122.4%로 집계됐고 위대한상상은 유동자산 1736억원, 유동부채 1651억원으로 105.1%를 시현했다.

반면 위메프, 컬리, SSG닷컴 등은 조사대상 가운데 유동비율 하위권을 형성했다. 큐텐그룹 계열사 위메프의 유동자산은 585억원으로 유동부채 3094억원 대비 18.9% 수준에 그쳤다. 현금성자산(55억원)과 단기금융상품(59억원) 등 여윳돈이 114억원에 불과했다. 컬리의 유동자산은 2441억원으로 유동부채 4165억원의 58.6%로 집계됐다. SSG닷컴이 보유한 유동자산 역시 4215억원으로 유동부채 6148억원과 견줘보면 68.6%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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