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이커머스 유동성 점검

버킷플레이스, 영업현금 기반 월 2회 정산

[온라인몰]⑫지난해 현금성 자산 3110억, RCPS 뺀 유동부채 상회

김형락 기자  2024-08-07 07:50:18

편집자주

'티메프(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전반의 재무건전성을 살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큐텐그룹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가 잇달아 경영난에 처한 근간에는 자금 여건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THE CFO는 종합 온라인몰, 딜리버리, 패션, 여행, 중고거래 분야에 속한 주요 이커머스 기업 20개사의 유동성 상황을 진단한다.
라이프 스타일 앱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유동성을 비축하는 재무 전략을 펴고 있다. 2022년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추가로 발행하고, 지난해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해 가용 현금이 늘었다. 현금성 자산은 RCPS를 제외한 유동부채를 웃돈다.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 별도 기준(이하 동일)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전년 대비 140억원 증가한 31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FCF 261억원을 창출한 덕분에 외부 조달 활동 없이도 현금성 자산을 늘릴 수 있었다.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 한국 채택 국제 회계 기준(K-IFRS)을 적용하면서 유동비율이 하락했다. 2022년 투자자로 합류한 소프트뱅크벤처스, BRV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 해외 투자자에게 재무 정보를 제공하려면 K-IFRS를 적용해야 했다.


일반 기업 회계 기준(K-GAAP)을 적용한 2022년 말 버킷플레이스 유동비율은 235%였다. K-IFRS를 적용한 지난해 말 버킷플레이스 유동비율은 40%다. 그해 말 유동부채(9074억원)가 유동자산(3605억)보다 5469억원 컸다.

버킷플레이스가 주요 조달원으로 활용한 RCPS 회계 처리 방법이 달라지면서 나타난 변화다. K-GAAP을 적용한 2022년에는 RCPS(발행 총액 3159억원)를 전액 자본으로 분류했다. K-IFRS를 적용하면서 지난해 말 RCPS 중 보유자 청구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부채는 RCPS부채(1963억원)로 조기 상환 청구권 대가와 전환권 대가에 해당되는 부분은 파생상품부채(8195억원)로 인식했다.

버킷플레이스 유동부채는 대부분 RCPS 관련 부채다. 지난해 말 유동부채 중 82%(7398억원)가 RCPS부채와 파생상품부채였다. 나머지 10%(879억원)는 미지급금, 5%(466억원)는 예수금 등이었다.

버킷플레이스 유동자산은 현금성 자산 위주다. 지난해 말 유동자산 중 86%(3110억원)가 현금성 자산이다. 나머지 7%(265억원)는 미수금, 3%(93억원) 재고자산 등이다.

RCPS는 투자자가 보통주로 전환하면 부채총계에서 관련 항목이 소멸되고, 자본총계가 늘어난다. 버킷플레이스는 설립 첫해인 2014년부터 2022년까지 RCPS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각 RCPS는 존속 기간이 10년다. 존속 기간 만료 시 자동으로 보통주로 전환된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상환 기간에 들어간 RCPS(885억원) 투자자 중에 상환권을 행사한 이는 없었다. 이번 달 버킷플레이스가 최초로 발행한 RCPS 전환 여부가 가려진다.

지난해 말 유동부채에서 RCPS 관련 부채를 뺀 '실질 유동비율'은 215%로 상승한다. 그해 말 버킷플레이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3110억원)은 RCPS를 제외한 유동부채(1676억원)를 상회한다. 버킷플레이스 경영진은 예상 현금흐름에 기초해 현금성 자산과 차입금 한도 약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버킷플레이스는 2022년까지 외부에서 투자금을 유치해 유동성을 늘렸다. 감사보고서로 재무제표를 공개한 2018년 말 현금성 자산은 176억원이었다. 그해 FCF는 56억원, RCPS 발행액은 100억원이었다. 2022년 말 현금성 자산은 2970억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과 2022년 RCPS를 발행해 각각 772억원, 2274억원을 조달했다.


2022년에는 일시적으로 현금 창출력이 떨어졌다. 2019~2021년에는 FCF 창출을 지속했다. 해당 기간 누적 FCF는 663억원이었다. 2022년 매출은 전년 대비 58% 성장한 1864억원이었지만, FCF는 적자 전환한 마이너스(-)645억원이었다. 그해 영업활동현금흐름부터 581억원이 유출돼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현금 창출력을 회복했다. 그해 FCF는 261억원이다. 매출은 전년(K-IFRS 적용) 대비 33% 성장한 2242억원이었다. 순손실(578억원)이 발생했지만, 각각 현금 유출 없는 수익·비용 736억원,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 변동 88억원이 가산돼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296억원이 유입됐다.

버킷플레이스는 올해 유동성을 기반으로 정산대금을 조기 집행하기도 했다. 지난달 15~31일 오늘의집에서 구매 확정된 판매 물품 대금 675억원을 평소보다 4일 앞당겨 정산했다. 파트너사들이 원활하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버킷플레이스는 매월 1~14일 구매 확정된 정산금은 20일에, 매월 15일부터 말일까지 구매 확정된 정산금은 다음 달 5일에 지급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