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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체질 변화를 선언했다. 배터리 사업 육성과 환경, 소재, 수소 등 신사업 발굴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자금 유출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결과다. 리밸런싱 선언을 SK그룹의 '후퇴'라고 볼 수는 없다. 다음 단계로 진화하기 위한 일시적인 진통에 가깝다. THE CFO는 SK그룹의 성장 전략과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구조를 점검한다. 나아가 2024년 현재 SK그룹이 직면한 리스크의 실체와 크기를 객관적으로 진단한다.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이 언급되기 훨씬 전부터 자체적으로 자회사와 영위 사업을 재편하고 있었던 계열사가 있었다. SKC다. SKC는 기존 사업이었던 화학과 필름 사업 등을 정리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선정했다. '글로벌 ESG 소재 공급사'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약 5년 간의 '개조' 작업이 마무리됐지만 하필 이 시점에 업황 악화라는 암초에 걸렸다.
소재 기업으로의 변신은 이차전지 소재인 동박 기업인 SK넥실리스 인수가 그 시작점이다. SKC는 동박 사업 인수를 위해 기존 핵심 사업인 화학 사업을 물적 분할해 지분 49%를 매각했다. 이후 폴리이미드 필름 사업을 영위하는 SKC코오롱PI 지분도 2020년 3월 정리했다. 화장품과 기능성 식품 등을 생산하는 SK바이오랜드 지분도 당해 10월 매각했다. 2022년에는 SKC의 모태 사업인 PET필름 사업을 물적 분할하고 지분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이후에도 사업 정리가 이뤄졌다. 2023년 9월 중국 난퉁에 위치한 PU자운스범퍼 사업 기업인 SKC PU스페셜티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어 SKC 자회사 SK엔펄스가 중국 웨트케미칼·세정사업을 매각했다. 올해 2월에는 파인세라믹 사업을 한앤컴퍼니에 추가로 매각했다.
작년 7월 SKC는 △이차전지 소재 △반도체 소재 △친환경 소재 등 3개의 핵심 사업을 축으로 삼아 2027년까지 약 5조~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매출 계획으로는 2025년 7조9000억원, 2027년 11조4000억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SKC가 밝힌대로 현재 SKC의 사업은 이차전지 소재와 반도체 소재, 친환경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들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아직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SK피아이씨글로벌(화학)이 있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SKC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SK넥실리스(동박)가 있다. 이외 'NEX INVESTMENT'를 통해 인수한 영국 기업 넥시온(NEXEON)은 이차전지 소재인 음극재 중에서도 실리콘 음극재 사업을 담당한다.
반도체 소재 사업은 2022년 말 인수한 High Performance 컴퓨팅용 글라스 기판 사업을 담당하는 미국의 '앱솔릭스(Absolics)'와 작년 10월 인수한 반도체 테스트 부품 기업인 ISC가 중심이다. 이외 SK엔펄스가 CMP PAD와 블랭크 마스크 등 반도체 부품 관련 사업을 담당한다. SK엔펄스와 ISC 등 반도체 소재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법인의 합병설이 최근 불거졌으나 SKC는 이에 대해 부인했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소재 사업은 생분해 플라스틱 물질을 제조하는 'SK리비오(에코밴스)'와 '에스케이티비엠지오스톤' 등이 담당한다.
SKC의 고민은 사업 처분과 이합집산을 통해 선정한 3대 성장 동력들의 최근 성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특히 2022년까지 괜찮은 수익성을 보이던 SK넥실리스가 작년 전기차 시장 수요 감소의 여파로 영업손익 적자를 기록했다. SK넥실리스의 작년 영업손실은 580억원이다. 올해 1분기에도 SKCFT홀딩스(SK넥실리스의 모회사)의 영업손실액은 444억원이다.
ISC가 1분기 영업이익으로 86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현 SKC 사업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동박이다. 동박 사업의 부진으로 SKC는 1분기 연결 영업손실액은 762억원을 기록했다.
SKC의 전통 사업이자 '믿을 구석'이었던 SK피아이씨글로벌의 부진도 타격이다. SK피아이씨글로벌은 작년 68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SKC의 연결 부채비율은 1분기 말 177%까지 상승했다. 연결 총차입금은 3조5672억원으로 전체 자산 7조1278억원 중 50%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