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30대 기업집단 중에서 유일한 금융주력자 그룹이다. 국내 대형 금융그룹들이 지주회사 체제이거나 산업자본에 속해 있는 점을 보면 미래에셋은 금융업만으로 창업 1세대 만에 30대 그룹에 들어갈 만큼 빠른 성장을 일궈냈다.
이 근간에는 창업주 박현주 회장이 여러 번 언급한 '야성론'이 있다. 지주사체제를 거칠 것 없이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기반으로 자생력을 키우고 공격적인 투자처 발굴과 해외진출을 구사한다. 지주사 전환 압력에도 비(非)지주 금융그룹을 고수하는 이유다.
◇미래에셋캐피탈, 본업자산 확대…지주비율 31%로 안정권
국내 대형 금융그룹들은 크게 지주회사 체제를 갖고 있거나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집단에 속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자에는 한국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등이 있고 후자에는 삼성, 한화, DB 등이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30대 기업집단에 속해 있음에도 이들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비지주 금융그룹이다.
그룹 소유구조를 보면 박현주 창업회장 아래로 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으로 이어진다. 오너가 지분율이 높은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부족한 지배력을 보강하는 게 기본 틀이다.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은 이런 이유로 지주사 전환 압박을 여러 번 받았다.
2015년 9월 금융당국은 미래에셋캐피탈에 대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며 본업확대를 요구했다. 신기술금융사로 등록됐음에도 자산 대부분이 계열사 주식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지주사와 구조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당국의 요구는 지주사 전환을 하던지 캐피탈사 본연의 사업을 꾸리던지 하라는 것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작년 말 지주비율(자회사 지분가액/별도기준 총자산)이 31%로 50% 미만 안정권에 들어와 있다. 수년 전에는 지주비율이 50%에 육박해 공정거래법상 강제 지주전환 위험이 있었으나 할부·리스, 자동차금융, 신기술금융 자산을 늘리면서 지주비율을 대폭 희석했다.
지주사 전환을 피하는 이유는 박현주 회장이 2015년 대우증권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된 뒤 열린 간담회에서 한 언급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는 "지주사를 만들면 관리하기는 좋지만 야성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의 뜻을 표했다.
◇지주사 체제 안전성·투명성 높지만 '운신 폭' 좁아져
박 회장이 여러 번 언급했던 야성론은 금융투자사 특유의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투자처 발굴과 해외진출에 나서야 한다는 지론이다. 지주사 체제는 그룹 기조를 보수적으로 만들어 야성을 잃게 되는 점을 우려했다.
지주사는 단순 명료한 소유구조와 외부 경영권 공격에 대한 안전성이 높은 체제다. 자회사들을 비상장사로 두거나 상장폐지 시킨 채 지주사만 상장해 그룹의 가치를 온전히 지주사에 담아낼 수 있어 투자자들이 선호하기도 한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지난해 메리츠화재를 상폐해 100% 자회사로 만든 것도 같은 이유다.
다만 지주사는 각종 규제에 얽매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자회사 요건으로 상장사를 자회사로 둘 경우 지분율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또 손자회사는 증손회사를 100% 지분으로 가져야 한다. 아울러 이중레버리지 규제로 인해 자회사 출자총액은 자기자본의 130% 한도로 제한된다.
한국금융지주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이 법규에 걸리는 탓에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자산운용사에게 넘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래에셋은 지주사 규제로 운신 폭이 좁아지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모습이다.
미래에셋그룹은 그간 신속하고 단순한 의사결정을 통해 빠른 성장을 구가해온 만큼 지주사 없이 계열사들이 스스로 자금운용 및 투자 결정을 내리며 각자도생하는 자생력과 독립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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