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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M 요약 설명서

양도웅 기자  2024-04-09 08:09:44
BSM(Board Skills Matrix)이 국내에 도입된 건 2022년이다. SK그룹이 개척자였고 지주사인 SK 등이 그해 3월 정기주주총회 소집공고문에서 BSM을 공개했다. BSM 발생지인 미국의 상장사들이 주로 5~6월 연차총회에 앞서 공시하는 'Proxy Statement(위임장 성명서)'에서 BSM을 공개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왔다.

BSM은 문자 그대로 '이사회 역량 구성표(혹은 현황표)'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이 각각 어떤 역량을 가졌는지 보여준다. 작성자는 당국도, 주주도 아닌 기업이다. 기업이 직접 '우리 이사회는 이러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라고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친절히 설명하는 게 BSM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데는 수만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리더십은 말할 것도 없고 '경영의 언어'인 재무·회계와 몸담은 산업에 대한 이해와 분석력도 필수다. 많은 기업이 글로벌을 지향하는 만큼 국제 관계와 법률, 제도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한다. 이사회의 의사결정 방법은 의결이기 때문에 공감과 논리에 기반한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이 가운데 각 이사가 어떤 능력을 보유했는지 BSM을 통해 알 수 있다. 주주들은 이사회가 기업이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어떤 능력이 부족하거나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능력을 갖춘 인물을 찾아 제안할 수 있다. 기업도 BSM을 작성하며 새삼 우리 이사회의 실태를 반성할 수 있다. 지금이 늘 최상(Best)의 구성일 수는 없다.

최근 이사회에 다양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BSM에 성분을 담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나이, 성별, 인종, 국적 등이다. 다양한 항목을 담아내면서도 보는 사람이 한눈에 파악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BSM 형태도 이사회 구성만큼 다양해지고 있다. 기업별 BSM을 항목의 다양성과 디자인 측면에서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주제다.

경영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BSM을 공개하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특히 주주들은 대리인(경영인)들이 어떤 역량을 가진 인물인지 알고 싶어 하고 알아야 한다. BSM 공개는 주주와 대리인 사이에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는 매우 손쉬운 방법의 하나다.

투명성과 주주친화성을 높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점 때문에 BSM을 도입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이 세 가지는 모두 국내 기업들이 꾸준히 지적받은 저평가의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마침 정부도 국내 기업들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 관련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제 더 많은 기업이 화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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