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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롯데그룹 상장사 사외이사진은 이사회 주요 안건과 소속 위원회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 선임을 반대해 이사회 독립성을 보여주고, 주요 투자 건에 보류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롯데그룹 10개 상장사(리츠 제외) 이사회 주요 의결 사항 중 부결 의안이 1건 있었다. 가결됐지만 일부 사외이사가 조건부 승인·보류 의사를 밝힌 의안도 1건 있었다. 나머지 의안은 출석 이사 전원(의결권 없는 이사 제외)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사회 내 위원회에서도 각각 부결 의안이 1건, 보류 의안이 1건이 나왔다.
지난해 이사회 의결 사항 부결 사례는 롯데지주에 있었다. 롯데지주가 그해 3월 31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사추위 위원 선임 건'이 부결됐다. 출석 이사 8명 중 7명이 해당 의안을 반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당시 이사회에 불참했다.
지난해 3월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이자 사내이사였던 이훈기 사장(현 롯데케미칼 사장·화학군 총괄대표 겸임)은 해당 의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 사장은 같은 날 가결된 '집행위원회 위원 선임 건'에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 사장은 집행위원회 위원 후보였다. 사추위에도 위원 후보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
그날 사추위 위원 선임 건은 롯데지주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모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이사회 의장인 이동우 대표이사(부회장)를 포함해 고정욱 재무혁신실장(사장)과 사외이사진 전원(5명)이 해당 의안을 반대했다. 이 사장을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건은 출석 이사 8명 중 7명이 찬성했다. 이 사장은 그날 이사회에서 나머지 의결 의안 3건은 모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롯데지주 이사회에서 사추위 위원 선임 건이 부결돼 해당 위원회 구성원 변동은 없었다. 2022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롯데지주 사추위는 사외이사 3인(권평오·박남규·김창수) 체제였다.
만장일치가 아닌 안건은 롯데쇼핑에도 있었다. 지난해 3월 29일 이사회에서 가결된 '대구 수성 롯데복합몰 개발 계획·합의서 체결 건'은 출석 이사 9명 중 6명만 찬성했다. 조상철 사외이사, 김도성 사외이사는 조건부 승인 의사를, 심수옥 사외이사는 보류 의사를 밝혔다.
롯데쇼핑은 롯데자산개발이 추진하던 대구 복합 쇼핑몰 개발 사업을 넘겨받았다. 롯데자산개발은 2014년 대구 수성 상업용지 토지(7만7049㎡)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에 복합 쇼핑몰(연면적 25만314㎡)을 조성하는 건축 허가를 받았고, 2021년 5월 터파기 공사를 시작했다. 롯데자산개발 100% 자회사인 롯데쇼핑타운대구가 복합 쇼핑몰 사업을 추진했다.
롯데쇼핑은 2022년 4월 롯데자산개발로부터 쇼핑몰 사업(국내외 쇼핑몰 운영 등)을 양수(423억원)하면서 롯데쇼핑타운대구 지분도 같이 인수했다.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 쇼핑몰 콘셉트 변경 등 사유로 공사 진척 속도는 더뎠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10일 대구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과 수성알파시티 내 롯데복합 쇼핑몰 개발 사업 신속 추진을 위한 합의를 체결했다. 롯데쇼핑은 2026년 6월 말까지 공사를 마치고, 9월 말까지 영업을 개시하기로 했다. 롯데쇼핑 측 고의 또는 과실로 일정이 장기간 지연되는 경우 지연 보상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이행 담보 조항도 명문화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투명경영위원회 의안이 1건 보류됐다. 특수관계인과 거래를 사전에 심의·승인하는 위원회다.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했다.
롯데하이마트 투명경영위원회는 지난해 4월 20일 '그해 대홍기획 광고 대행 계약 승인 건'을 보류했다. 출석 이사 전원이 해당 의안 효과성, 거래 적절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며 보류 의견을 표했다. 그해 5월 4일 투명경영위원회에 같은 의안을 다시 보고해 위원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이사진이 광고 전략·계획을 더 자세히 보고받고 싶다고 해서 내용을 보완해 가결된 건"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2월 7일 사추위에서 위원장 선임 건이 부결됐다. 기존 사추위 위원장 임기가 만료되지 않아 위원 전원(사외이사 4명)이 해당 의안을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