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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펀딩 생태계 점검

움추린 LP, 펀드레이징 시장 찬바람 거세다

①'고금리 시대' 방향성 바꾼 출자자, 높아진 펀딩 난이도에 GP들 '한숨'

임효정 기자  2024-03-18 10:17:40

편집자주

수년간 이어진 유동성 파티가 끝났다.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 드리운 그늘도 짙어졌다. 돈줄을 쥐고 있는 유한책임출자자(LP)는 잔뜩 움추러들었다. 펀딩 난이도가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무한책임사원(GP)도 생존 전략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더벨은 찬바람이 거세진 펀드레이징 시장의 생태계를 점검해본다.
M&A시장에서 돈줄을 쥐고 있는 기관 투자가(LP)들이 출자사업에 신중한 모습이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과거와 달리 고금리 시대에 대체투자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에 제약이 뒤따른 탓이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에 직격탄이 됐다. LP의 출자 방향성이야말로 펀드 결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수년간 호황이었던 펀딩 시장이 냉각되면서 난이도는 급격히 높아졌고, 펀드레이징 생태계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회수 길 막히자 출자액 줄이는 LP, 대형펀드 쏠림현상 뚜렷

코로나를 이겨냈지만, 초유의 금리 인상발 후폭풍은 컸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M&A 시장에 한파가 닥쳤다. 인수금융 금리가 높아지면서 운용사들의 투자와 회수에 제동이 걸렸다. 펀드레이징 시장도 자연스럽게 얼어붙었다. 회수한 자금으로 출자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LP 입장에서도 회수 길이 막힌 탓에 출자기조가 바뀌는 등 악순환이 이어진 셈이다.

금리인상 여파는 예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출자사업에 악영향을 미쳤다. 금리가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리려는 가입자들이 늘면서 PEF의 주요 출자자인 국내 공제회들의 출자사업 기조도 달라졌다.

펀드레이징에 있어 마지막 퍼즐을 맞춰준 캐피탈사 역시 몸을 사리면서 시장에 찬바람은 거세졌다. 설상가상 프로젝트 펀딩 시장에서 큰손이었던 MG새마을금고가 1년간 출자사업을 중단했고, PEF 운용사가 자금을 확보하는 데 있어 시장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같은 혹한기는 대형펀드로의 쏠림현상을 낳았다. 펀딩 종결성, 수익보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LP입장에서는 탄탄한 트랙레코드가 있는 대형 하우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자금이 마른 시장 환경 속에선 기한 내에 펀딩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하우스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펀드레이징에 나선 몇몇 대형 하우스에 자금을 쏠리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펀딩 난이도가 높아진건 국내뿐만이 아니다. 이 때문에 그간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했던 대형펀드 운용사들까지 국내로 눈을 돌리면서 경쟁은 극에 달한 형국이다. 한앤컴퍼니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국민연금이 진행한 출자사업에 도전장을 낸 후 승기를 거머쥐었다. 한앤컴퍼니가 국내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한 첫 시도였다.

치열한 펀딩 경쟁 속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단연 신생 PE였다. 대다수 LP는 기존에 진행해온 루키리그를 없앴다. 루키리그는 그간 프로젝트 펀드로 트랙레코드를 쌓은 신생PE가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는 점에서 타격은 컸다.

◇사모대출 확대 기조, 크레딧 꾸리는 PEF

펀드레이징 시장의 혹한기가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단연 '사모대출(Private Debt) 확대'다. 고금리 시대에 매력이 커진 사모대출에 돈이 몰리는 건 자연스런 흐름이었다.

사모대출 시장이 본격적으로 꿈틀된 건 유동성 파티가 막을 내리면서다. 해외에서 사모대출 시장은 이미 빠르게 성장했지만 국내는 태동기에 불과했다. 2021년 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국내에서 크레딧펀드(Credit Fund)가 본격적으로 태동했지만 그간 국내에서 LP의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사모대출은 운용사가 기관 투자자 자금을 모아서 기업에 자금을 대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사모대출투자는 담보를 잡고 진행하기 때문에 기업 지분에 투자하는 PEF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이 낮다. 고금리 시대에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도가 높다. 이 때문에 사모대출투자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히면서 주요 LP들의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모대출은 해외에서는 이미 주요 시장 중 하나로 자리한 반면 국내 움직임은 더뎠다. 분위기가 바뀐건 최근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사모대출 팀을 따로 꾸렸다. 다른 연기금 공제회도 이 같은 흐름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지 별도의 콘테스트를 꾸리지 않았지만, 주요 LP들은 사모대출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LP의 움직임에 GP도 바빠졌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크레딧 분야에서 법인을 설립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다졌다. 크레딧 투자를 위한 블라인드 펀드 결성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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