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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이사 보수한도 분석

반대로 가는 현대차, '나홀로' 보수한도 늘렸다

③3년 동안 61% 늘려…실적 개선과 정의선 회장 영향

조은아 기자  2024-03-14 15:13:33

편집자주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기업들이 허리띠를 조이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등기임원 보수한도를 깎아 장기 불황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이 먼저 보수한도를 삭감해 위기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다. 더벨이 지난해와 올해, 재계 주요 그룹 내 상장사의 이사 보수한도 변화를 살펴본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이사 보수한도를 늘린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보수한도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행보다. 현대차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두는 등 최전성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에서 정의선 회장이 보수를 받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한도 차이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정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올라있는 계열사는 모두 3곳이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선 대표이사를 맡아 보수를 받고 있는 반면 기아에선 사내이사로 참여하지만 보수는 받지 않고 있다.

◇2021년 135억원에서 올해 218억원…3년새 61% 증가

현대차는 21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 보수한도를 기존 200억원에서 218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실적 개선 전망 등을 고려해 늘린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2019년 이후 이사 보수한도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2010년부터 150억원을 유지했던 보수한도는 9년 만인 2019년 135억원으로 줄었다. 당시 이사 수사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늘어났지만 보수한도는 되려 줄였는데 그간 꾸준히 지적받던 보수한도와 실제 지급액의 괴리를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현대차의 이사 보수한도는 이사회 규모나 실적 전망 등에 따라 자주 바뀌었다. 2022년에는 150억원으로 다시 늘렸고 2023년에는 한번에 50억원을 늘려 200억원으로 조정했다. 올해 역시 실적 호조를 자신하듯 전체 보수한도를 18억원 증액했다.

그간 주요 상장사들은 이사 보수한도와 실제 지급액의 괴리가 상당하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받아왔다. 우리나라는 이사 보수한도만 주주들이 승인하는 '총액승인제도'로 운영된다. 개별 이사가 받는 보수는 이사회 혹은 권한을 위임받은 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실제 개별 이사가 받는 돈은 이사회에서 논의하다보니 주주총회에서는 경영 편의상 보수한도를 일단 늘려 통과시키는 관행이 자리잡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지난해 이사 보수한도는 480억원이었으나 실제 지급된 보수는 232억2700만원으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해 보수한도 200억원에 실제 지급액은 190억2700만원으로 지급률이 무려 95%에 이르렀다.

보수한도가 실제 지급액과 비례해 움직이는 만큼 보수한도 추이를 보면 현대차의 성장세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보수한도는 2021년 135억원에서 2023년 200억원으로 2년 사이 48% 증가했는데 실적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같은 기간 매출이 117조6106억원에서 162조6636억원으로 38% 증가했다. 올해까지 더한 보수한도 증가율은 무 61%에 이른다. 재계에서 보기 드문 수치다.


◇현대모비스, 이사 보수 지급액 가운데 절반이 정의선 회장 몫

다른 계열사는 어떨까. 역대급 실적을 낸 건 기아도 마찬가지지만 기아는 올해 보수한도를 80억원으로 유지한다. 기아는 현대차와 달리 여전히 실제 지급액과 보수한도의 괴리가 큰 편이다. 지난해 실제 지급액이 59억7500만원으로 지급률이 75%였다. 올해 현대차와 비슷한 실적 개선세가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보수를 늘릴 여유가 있다.

눈에 띄는 건 현대차와 기아의 이사 보수한도가 218억과 80억원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유는 정의선 회장에게서 찾을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은 기아에서는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이 차이는 정의선 회장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현대모비스와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현대모비스의 이사 보수한도는 100억원으로 기아보다 많다. 지난해 기준 현대모비스의 매출이 59조원대, 기아의 매출이 99조원대로 두 회사의 규모 차이가 상당하지만 오히려 이사 보수한도는 기아가 더 적다.

현대모비스의 보수한도는 2011년 기존 7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증액된 이후 올해까지 계속 100억원으로 동결됐다. 정의선 회장은 2002년부터 현대모비스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다. 대표이사에 오른 건 2019년이다.

사업보고서상 확인이 가능한 2013년부터 현대모비스에서 보수를 받고 있는데 대표이사에 오른 2019년부터 보수가 큰 폭으로 뛰었다. 2018년 7억3800만원에서 이듬해 17억8700만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엔 40억원을 받았는데 이사 전원(9명)에게 지급한 92억9400만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정 회장 몫이었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들의 보수한도는 대부분 50억원이었다. 이노션만 회사 규모와 비교해 보수한도가 60억원으로 다소 많았는데 오너일가인 정성이 고문이 등기임원에 올라있는 영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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