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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이사 보수한도 분석

그룹 기조 따라간 SK오션플랜트, 보수총액 85% 삭감

①SK 코스피 상장 15개사 중 5곳, 보수한도 삭감…2022년 편입 SK오션플랜트 삭감폭 최대

김동현 기자  2024-03-12 15: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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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기업들이 허리띠를 조이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등기임원 보수한도를 깎아 장기 불황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이 먼저 보수한도를 삭감해 위기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다. 더벨이 지난해와 올해, 재계 주요 그룹 내 상장사의 이사보수 한도 변화를 살펴본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주문한 '서든데스(Sudden Death·돌연사)'에 대비하기 위해 연초부터 기존 투자를 재검토하고 포트폴리오 관리 조직을 재정비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중복되는 불필요한 투자를 최소화해 당장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이러한 위기감은 등기임원 이사 보수한도 변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5곳의 SK그룹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5곳이 올해 보수한도를 삭감했다. 지주사 SK㈜를 비롯해 SK텔레콤, SK스퀘어 등 굵직한 회사들이 동참했다. 특히 2022년 그룹에 새로 편입된 SK오션플랜트의 보수한도 삭감률이 눈에 띈다.

◇오션플랜트, 편입 후 증액한 보수한도 다시 삭감

SK오션플랜트(구 삼강엠앤티)는 2022년 8월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들어가며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큰폭으로 올렸다. 2009년 주주총회에서 주주 승인을 얻어 보수총액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증액한 뒤 13년 만에 보수한도를 조정했다.

SK그룹에 편입되며 SK오션플랜트는 등기이사 수를 4명에서 5명으로 1명 늘리면서 보수총액을 10억원에서 130억원으로 10배 이상 증액했다. 사외이사 수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렸고 지난해 전체 등기임원에게 105억원을 보수로 제공했다. 이중 사외이사 2명에게 지급된 보수는 총 7000만원이었다.

보수한도를 큰폭으로 높였던 SK오션플랜트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전체 보수한도를 크게 삭감한다. SK오션플랜트가 올해 이사 보수한도로 설정한 금액은 20억원으로, 삭감률만 85%에 이른다. 이는 SK㈜, SK스퀘어,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보수한도 삭감에 참여한 그룹 계열사 중 가장 큰 삭감률이다. 특히 SK오션플랜트가 전체 이사의 수를 1명 더 추가하는 만큼 1인당 지급되는 보수액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조 업체인 SK오션플랜트는 SK에코플랜트의 미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SK에코플랜트가 SK오션플랜트 지분 30.61%를 인수하는 데 투입한 금액은 4600억원이었다.

경기에 따라 움직이는 건설업을 보완할 사업으로 꼽혔고 실제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33.8% 증가한 9258억원을 기록하며 설립 이후 최대 매출을 거뒀다. 다만 해상풍력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았던 탓에 수익성 측면에서는 증권가에서 예상한 기대치(추정 영업이익 839억원)에는 못 미치는 영업이익(749억원)을 기록했다.

◇이사회 규모 줄인 SK㈜·SK스퀘어, 보수한도도 삭감

올해 이사 보수한도 삭감을 결정한 SK그룹 코스피 상장 계열사 5곳의 합산 삭감액은 약 240억원 규모다. 삭감 폭이 가장 큰 SK오션플랜트가 46%를 차지했고 SKIET(120억원→70억원), SK㈜(220억원→18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인 SK텔레콤(120억원→100억원)과 SK스퀘어(120억원→100억원)의 삭감액은 20억원으로 동일했다.

이중 SK㈜와 SK스퀘어의 경우에는 이사회 규모를 축소하며 보수한도를 삭감한 사례다. SK㈜는 지난해까지 최태원 회장을 포함해 총 9명(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이사진으로 이사회를 운영했는데 지난해 말 임원 인사로 장동현 부회장과 조대식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며 이사회가 총 8명(사외이사 5명)으로 꾸려지게 됐다.

SK스퀘어 역시 박정호 부회장의 퇴진과 이성우 사외이사(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임기 만료 등으로 이사회 구성원이 7명(사외이사 4명)에서 5명(사외이사 3명)으로 줄어든다. SK스퀘어가 지난해 이사진에게 실제로 지급한 보수액은 보수한도 총액의 30% 수준인 40억원이었다.

이외에 SK텔레콤은 사내·외이사수를 8명(사외이사 5명)에서 9명(사외이사 5명)으로 늘리는 데도 전체 보수한도를 20억원 삭감했다. SK오션플랜트에 이어 삭감 규모가 2번째로 큰 SKIET의 이사회 규모는 변화 없이 그대로 6명(사외이사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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