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신임 기획재경본부장(CFO)인 이승조 전무가 '영업이익률 8%대 사수'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최근 현대차는 올해 실적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영업이익률 예상 범위를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한 8~9%라고 밝혔다. 그간 현대차는 CFO에게 수익성 관리를 주문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 전무는 올해 수익성 방어에 매진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62조원, 영업이익 15조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14%(20조1360억원), 54%(5조3071억원) 증가했다.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이익 규모만큼 주목되는 점은 수익성이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9.3%로 전년 대비 2.4%포인트(p) 상승했다. 판매가격이 높은 SUV와 제네시스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원가 절감을 꾸준히 지속해온 결과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노력도 한몫했다.
다만 현대차는 올해 실적을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4~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2020년부터 3년 연속 상승한 영업이익률은 8~9%로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3%를 밑돌던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수익성 개선세가 멈추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현대차가 영업이익률 소폭 하락을 내다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환율·금리 등 대외 변동성 △글로벌 수요 둔화 △경쟁 심화 등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 상황에서는 판매 인센티브 증가로 판매관리비 등 비용이 증가한다. 모두 수익성에 부정적이다.
현대차는 그간 CFO에게 수익성 개선 임무를 맡겼다. 이승조 전무의 전임자인 서강현 사장(현대제철 대표이사)을 사내이사에 선임할 때 기대한 것 중 하나가 수익성 개선이었다. 2021년 3월 당시 서 부사장을 사내이사에 추천하며 "대규모 투자와 수익성 개선을 계획하는 상황에서 회사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재무적 의사결정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 부사장 전임인 김상현 부사장(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을 2020년 사내이사에 추천할 때도 수익성 개선을 사유로 들었다. 이를 고려하면 CFO 선임 3개월 차인 이 전무에게 기대하는 바도 수익성 개선인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이익률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CFO 역할이 여느 때 못지 않게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최소 영업이익률이 8%대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이 전무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다행인 점은 환율이 현재 1300원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사업계획은 환율 1270원을 기준으로 세웠다. 환율이 이보다 아래로 떨어지면 가이던스(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 영업이익률이 상승한 기간과 환율 상승 기간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현대차 실적에 환율은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 측은 "올 초에 환율이 132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1330원까지 간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에게 우호적"이라며 "이런 (대외환경의 긍정적) 영향이 계속된다면 저희가 낸 가이던스는 충분히 달성하고 조금 더 노력하면 초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