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에서 증명하면 된다."
2023년 1월 26일 하나증권은 현대차 주가를 이렇게 분석했다. 해당 증권사는 이 14페이지짜리 리포트에서 "부정적인 가격 변수와 수요 환경에서 판매 대수가 우려보다 양호하다는 것을 증명하면 주가 상승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썼다.
그리고 현대차는 실적으로 증명했다. 작년 매출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을 올려 창사 이래 최대 성과를 올렸다.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6조5400억원)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1등에 올랐고, 영업이익률에선 테슬라도 제쳤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주가 오르긴 올랐다? 제네시스 등 고급 브랜드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호조가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구자용 IR 담당 전무는 25일 컨퍼런스콜에서 "업황이 좋으면 올해도 가이던스는 달성 가능하고 초과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현대차는 여러 증권사가 언급했던 '호실적', '성장', '판매 대수' 등 대부분의 주가 상승 조건을 충족했다. 그렇다면 이 말은 과연 사실이었을까. 일단 주가는 좋은 성과를 냈다. 25일(18만7400원) 기준으로 현대차 주가는 최근 1년간 7%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하락세(-22%)를 면치 못했던 2022년 흐름에서 반등한 것이다. 실적이 좋아지는 게 확인되자 외국인 순매수가 집중돼 작년 5월 주당 21만원도 찍었다. 이후에도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자 상반기까지 투자자들은 자리를 지켰다.
다만 결과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건 현대차 주가가 주춤했던 시기. 자동차 업계 내 비수기인 3분기에 접어들면서 실적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에 대한 우려가 생겼다.
이에 현대차 주가는 7~10월 4개월 연속 주가가 하락하며 16만9700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현대차 실적이 고공행진하자 시장은 우려를 지웠고 11~12월 두 달 연속 현대차에 자금을 쏟아부으며 주가를 다시 20만3500원까지 밀어 올리기도 했다.
◇변수는 피크아웃 우려…"실적 유지되면 저평가 인식 환기될 것" 이렇게 보면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를 지우는 것이 향후 주가의 관건으로 관측된다. 일단 올해는 현대차가 매출과 영업이익률에서 전년 대비 4~5%, 8~9% 성장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힌 시기로, 이번에도 '호실적'을 자신한 상황이다.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은 변수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전기차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자동차 수요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단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도 현대차의 실적 그리고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란 입장을 대체로 갖고 있다.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하이브리드와 SUV 등 다양한 차종을 보유한 현대차 경쟁력에 시장 관심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목표주가 30만원)은 "지금은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완화돼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도 작년만큼 실적이 나와준다면 현대차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시장의 인식이 계속해서 환기될 것"이라고 봤다.
문용권 신한증권 연구원(목표주가 27만원)은 "이익도 이익이지만 신사업과 신차(미국 싼타페 등), 주주환원을 종합적으로 봤다"고 했다.
최민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목표주가 26만원)은 "4분기 실적은 2·3분기에 비해 내려오긴 했다"면서 "올해 시장 상황이 긍정적인 편은 아니라 가이던스를 보수적으로 봐야겠지만 현대차의 유연한 포트폴리오 효과는 현재도 극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