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도기욱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각자대표 직책에서 물러났다. 도 CFO는 경영전략 수립을 병행하던 역할을 벗어나 자금수지 관리 등 재무총괄 본연의 과업 수행에 주력한다.
도 CFO가 대표직을 내려놓은 건 '재무 개선'이라는 당면과제 해결이 급선무라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신용등급 사수, 차입금 감축 등 현안에 총력 대응할 필요성이 지난해부터 계속 부각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경영전략 수립'도 병행
새해 들어 넷마블은 신임 각자대표로 김병규 경영기획담당 부사장을 승진 내정했다. 김 부사장은 1974년생으로 법무법인 서정, 삼성물산을 거쳐 2015년 넷마블에 합류했다.
권영식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었던 도기욱 CFO는 대표 직책을 내려놨다. 넷마블 관계자는 "도기욱 CFO가 각자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회사 재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계속 수행할 예정"이라며 "도 CFO의 사내이사 직위는 김병규 신임 각자대표가 이어받는다"고 설명했다.
도 CFO가 각자대표로 임명된 시점은 2022년 2월이다. 당시 이승원 부사장이 글로벌 사업총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발생한 공석을 메웠다. 호흡을 맞춘 권영식 대표는 전사 사업을 이끄는데 방점을 찍었고 도 CFO는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았다.
회사 인수·합병(M&A), 지분투자 등의 방향과 로드맵을 설계하는 과업뿐 아니라 차입부담을 완화하는 사안에도 힘을 쏟았다. 2022년 11월 당시 컨퍼런스콜에서 "차입금 규모를 지속적으로 감소시킬 계획"이라며 의지를 드러낸 사례가 방증한다.
특히 2021년 10월 하나은행에서 빌렸던 외화차입금 14억달러(1조6787억원)를 갚는데 집중했다. 해외 소셜카지노 게임업체 '스핀엑스(SpinX)'를 인수하면서 끌어다 쓴 실탄이었다. 2022년에 3억6500만달러를 상환하면서 첫 발을 뗐다.
하지만 차입금을 추가로 갚기에는 재무 여건이 녹록지 않았다. 2023년 3분기 누적 연결기준으로 873억원의 영업손실을 시현했다. 본업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554억원으로 2020년 3838억원을 기록한 이래 계속 줄어들었다.
◇유동성 확충방안 관심사
차입금 감소를 원활히 이행하려면 도 CFO가 대표직을 벗어나 재무 총괄 업무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작년 9월 말 총차입금이 2조3491억원을 기록한 반면 보유한 유동성은 5980억원으로 1년새 33.7%(3040억원) 감소했다. 11월에 하이브 주식 250만주를 처분해 5235억원을 확보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국면이었다.
작년부터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고조된 대목도 CFO 역할 집중론이 대두되는데 일조했다. 2023년 12월 한국기업평가는 정기평가 보고서를 내고 "수익성 및 영업현금 창출력 저하, 투자지출 증가 등으로 인해 빠르게 늘어난 재무 레버리지 부담을 감안하면 신용도 하락 압력이 높아진 상태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2023년 6월에는 나이스신용평가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2022년 12월에는 나신평과 한기평이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다. 올해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한다면 자금 조달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도 CFO가 타개책을 어떻게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넷마블 관계자는 "올해 자사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재무구조 개선"이라며 "도기욱 CFO가 재무건전성 확립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는 판단이 대두돼 각자대표 교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