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의 역량은 평시가 아닌 전시에서 빛이 난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한 걸음씩 나아가며 조치를 실행하고 대안을 모색하면서 진가를 드러낸다. 게임 회사 넷마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소임을 다하는 도기욱 대표의 고군분투는 복기할 만한 사례다.
도기욱 CFO에게 처음으로 눈길이 간 건 지난해 11월 열린 2022년 3분기 실적설명회였다. 당시 직접 컨퍼런스콜에 나와 "차입금 규모를 지속적으로 감소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 앞에 직접 나와 메시지를 알리며 불안감을 달래려는 노력이 인상 깊었다.
본인에게 주어진 소명을 인식하고 책임을 피하지 않았던 건 이미 실천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넷마블은 해외 기업 '스핀엑스' 인수 자금을 마련하려고 2021년 10월 은행에서 14억달러(1조6787억원)를 빌렸다. 1년만에 3억6500만달러(1950억원)를 갚았다. 금리 상승이 이어지는 국면에서 일부 실탄을 상환하며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후 도 CFO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차환할 수 있을지 실무진과 함께 고심하며 움직였다. 올해 3월에 단기 기업어음(CP) 발행으로 1100억원을 끌어다 은행 한도대출금을 갚는데 활용했다. 한도대출에 책정된 금리가 6%를 넘겼지만 CP에 붙은 이자율은 5%대였다. 조달 비용을 낮추는데 성공한 셈이다.
회사의 가용 자원까지 두루 살피는 지혜를 발휘했다. 도 CFO가 찾은 해답은 '상장사 주식'이었다. 하이브, 엔씨소프트에 투자하면서 확보한 지분으로 재무 정책상 선택지를 넓혔다. 외화차입금을 차환할 때 넷마블은 하이브 750만여주를 담보로 걸었다. 지난달에는 엔씨소프트 지분을 토대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재무적 개선을 추구하는 노력은 본사에 국한하지 않고 계열사까지 전방위로 이어졌다. 미주 권역 업체 카밤은 '뼈를 깎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내부 반발을 감수하고 인력 조정을 단행했다. 잼시티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해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데 사활을 걸었다.
분전을 벌이지만 넷마블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현금창출력을 살필 수 있는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계속 줄었다. 2020년만 하더라도 별도 기준 1200억원을 넘겼지만 지난해에는 180억원까지 줄었다.
기업 신용은 상환 능력과 '의지'가 함께 맞물려 탄생하는 결과물이다. 원리금을 갚을 역량을 다지려면 많은 공력을 들여야 할 듯하다. 하지만 빚을 갚고 난국을 헤쳐나가려는 의지는 아주 단단해 보인다. 도 CFO가 집념을 응집해 뒷날 '넷마블의 어려움을 타개한 주역'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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