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은 다소 독특한 의사결정 구조를 채택해 왔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내부 의사결정 구조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정점으로 사내이사가 아닌 임원과 직원으로 계층화돼 있다. '이사회-사내이사 아닌 임원-직원' 순이다.
하지만 이사회와 사내이사 아닌 임원 사이에 넷마블은 '집행임원'을 뒀다. '이사회-집행임원-이사도 집행임원도 아닌 임원-직원'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구성한 것이다. 소위 말하는 집행임원제로 2016년 도입했다.
집행임원은 이사회가 선임하고 등기임원으로 법적 책임을 진다. 이런 점에선 사내·외이사와 유사하다. 반면 이사회에는 참여하지 않는 차이가 있다. 집행임원은 직급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내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을 이사들 대신 현업에 적용한다.
이러한 제도의 대표적인 장점은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평가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집행임원제를 채택하지 않은 기업에선 경영진이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기 때문에 본인이 본인을 평가한다는 한계가 있다.
2016년 집행임원제를 도입했을 당시에도 넷마블 측도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와 이사회 감독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장점에도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진다는 점이다. 당장 집행임원제를 채택하지 않은 기업의 내부 의사결정 구조와 비교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 단계가 더 늘어난다. 경쟁이 치열한 게임 업계에서 느린 의사결정 속도는 경쟁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집행임원의 역할과 책임(R&R)이 다소 모호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테면 지난해 2월 집행임원에 선임된 도기욱 경영전략담당(CFO)은 등기임원이지만 사내이사는 아니다. 권영식 집행임원과 함께 각자대표를 맡고 있지만 대표이사는 아니다. 대표이지만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넷마블도 이러한 문제들을 인지하고 올해 집행임원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도입한 지 약 7년만이다. 집행임원제 폐지로 혹시 약화할 수 있는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우려해 사외이사를 추가로 3명 더 선임한다. 이렇게 되면 사외이사는 총 6명으로 늘어난다.
또한 두 명의 집행임원이었던 도기욱 경영전략담당과 권영식 사업총괄담당을 사내이사로 추천한다. 두 담당은 집행임원에 선임된 지 1년만에 사내이사로 이름표를 바꿔달게 됐다. 추후 도 담당과 권 담당이 사내이사로 선출된 뒤 각자 대표'이사'에 오를지도 주목된다.
회사 관계자는 "게임업의 특성을 고려해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이사회를 확대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게 됐다"며 "이러한 목적에서 집행임원제도 폐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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