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은 2021년 해외 기업 '스핀엑스(SpinX)' 인수 당시 대규모 차입을 실행한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1조7000억원 규모의 달러 자금을 빌린 이래 이자비용과 외환차손 부담이 한층 커졌고 회사 수익성을 갉아먹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약하는 도기욱 대표는 위기를 의식해 고군분투했다. 발행 편리성과 금리상 이점을 갖춘 기업어음(CP) 발행에 주력해 올해 상반기 3000억원을 확보했다. 보유한 상장주식을 발판 삼아 실탄을 조달하는 접근법도 여전히 유효한 옵션이다. 도 대표는 올해 하반기에도 경영 화두인 '차환방식 다변화'에 계속 매진할 전망이다.
◇'스핀엑스 인수 여진' 3년째 넷마블 재무라인의 해결 현안으로 차입부담 완화 의제가 떠오른 출발점은 2021년 10월 스핀엑스 인수였다. 글로벌 소셜카지노 게임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한 업체였다. 넷마블 경영진은 해외 시장 개척과 수익원 다각화 취지에서 스핀엑스 지분을 매입했다.
집행한 금액이 21억9000만달러(2조5600억원)였는데 당시 보유한 여윳돈으로는 스핀엑스 인수 자금을 오롯이 충당키 어려웠다. 경영진이 선택한 자금 조달 해법은 '주식담보대출'이었다. 2021년 10월 하나은행에서 14억달러(1조6787억원)를 대출했다. 보유한 엔씨소프트 주식 195만주 등을 담보로 제공했다.
이후 2022년 10월에 10억3500만달러(1조4837억원)를 1년 만기로 차환했다. 하이브 주식 753만813주를 담보물로 설정했다. 동시에 기존 외화 차입금 중 1억4500만달러를 갚았다.
차환에 성공하며 숨통을 틔웠지만 금리 상승 여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연결기준 이자비용이 2022년 1128억원으로 2019년 88억원과 견줘보면 3년새 12배 넘게 불어났다.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은 356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 200억원 대비 78%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2022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직격탄도 맞았다. 2021년 159억원에 그쳤던 외환차손은 지난해 3344억원으로 급증했다. 1년 만에 21배가량 늘어난 규모였다. 대폭 늘어난 외환차손은 2022년 8864억원의 순손실을 초래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차입규모 지속감소 계획' 공언 차입 이후 재무 여건이 악화되자 CFO인 도기욱 대표가 작년 하반기부터 타개책을 모색했다. 도 대표는 2022년 11월 컨퍼런스콜에서 "차입금 규모를 지속적으로 감소시킬 계획"이라고 언급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집중했다.
차입금 제어에 한층 관심을 쏟는 건 달러 차입금 외에도 2023년 회사채 상환 스케줄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2020년에 발행한 1600억원 규모 사채의 만기는 올해 10월이다. 회사채를 찍어낼 당시 책정한 이율은 1.41%였다.
3년새 금리가 오르면서 차환용 회사채 발행시 이자율 상승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가 넷마블의 회사채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내리는 악재도 발생한 만큼 조달비용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여유자금으로 갚는 선택지를 검토할 수 있지만 가용 유동성이 녹록지 않다.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당기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 등을 합산한 금액은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6576억원, 별도기준으로는 1873억원에 불과하다.
도 대표는 차환 방식을 다변화하는 길을 택했다. 2023년 3월에 1년 만기 기업어음(CP)을 발행해 1100억원을 확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때 얻은 실탄은 금융권에서 끌어다 쓴 한도대출을 갚는데 썼다.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회사채, 이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은행 차입과 비교하면 CP가 효율적인 조달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CP에 설정한 이율은 5.5%(400억원)와 5.7%(700억원)였다. △국민은행(6.07%) △하나은행(6.52%) 등에서 실행했던 한도대출 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여세를 몰아 올해 6월 CP를 추가 발행해 1500억원을 조달했다.
보유 주식을 매개로 하는 자금 조달 옵션 역시 유효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달 교환사채(EB) 발행을 검토한 대목에서 드러난다. 넷마블은 갖고 있는 엔씨소프트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설정하고 최대 7억달러를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넷마블 경영진은 글로벌 기관의 소극적 투자심리를 감안해 EB 발행 추진안을 잠정 중단했지만 피투자기업 주식을 활용하는 방안을 잠재적 차환 대안으로 계속 상정해놓고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넷마블이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상장 종목으로는 엔씨소프트(지분율 8.88%) 외에도 하이브(18.21%) 등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