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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펀드출자 동맹군 '소프트뱅크벤처스'

③20년전 조인트벤처 설립계기 신뢰축적, 도기욱 대표 '유동성 운용방안' 다변화 기여

박동우 기자  2023-09-14 14:25:18

편집자주

최고재무관리자(CFO)에게 금융권은 자금 조달을 위해 상대해야 하는 대상이다. 한 기업에서 CFO가 바뀌면 금융시장과의 관계도 바뀔 수 있다. 각 CFO별로 처한 재무 환경이 다르고, 조달 전략과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의 조달 선봉장인 CFO와 금융회사 간의 관계를 취재했다. 나아가 CFO에서 시야를 기업으로 넓혀 기업과 금융권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넷마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약하는 도기욱 대표는 2017년 기업공개(IPO) 이후 대규모로 축적한 유동성 운용 방안을 다변화하는데 관심을 뒀다. 자금 활용 수단 가운데 하나가 '벤처펀드 출자'였다.

지금까지 넷마블의 펀드 출자 동맹군으로 활약하는 벤처캐피탈은 '소프트뱅크벤처스'다. 20년 전 CJ인터넷 시절부터 소프트뱅크그룹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며 쌓은 신뢰가 공조 디딤돌로 작용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공조로 뿌린 씨앗

넷마블의 벤처펀드 출자가 궤도에 오른 건 사내 여윳돈이 급증한 흐름과 맞물린다. 2017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계기로 넷마블은 2조5000억원 웃도는 공모자금을 단숨에 확보했다.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등을 더한 유동성이 2016년 말 연결기준으로 3424억원에 불과했으나 2017년 말에는 2조3842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자연스레 보유 현금의 투자처를 다양하게 탐색하는 과제가 대두됐고 펀드 출자가 주요 방안으로 떠올랐다. 전문성을 갖춘 벤처캐피탈이 조합 자금을 위탁 운용하는 만큼 투자 실패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익 창출을 넘어 펀드 포트폴리오에 포진한 기업 가운데 사업 제휴 가능성이 뚜렷한 업체를 골라낼 수 있다는 기대도 반영됐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도기욱 대표를 위시한 경영진이 눈여겨본 벤처캐피탈은 소프트뱅크벤처스였다. 과거 일본 소프트뱅크그룹과 협력하면서 쌓은 신뢰가 바탕이 됐다. 2004년에 넷마블 전신인 CJ인터넷이 온라인게임 사업을 확대하는 취지에서 소프트뱅크그룹과 합작해 일본법인을 설립하면서 처음으로 공조의 씨앗을 뿌렸다.


조인트벤처(JV) 설립에 국한하지 않고 공동 투자까지 모색했다. 2005년에 CJ인터넷과 소프트뱅크그룹은 115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 방안을 합의한 사례가 단연 돋보였다. 국내외 온라인 게임 개발사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투자한 업체에서 개발한 게임을 넷마블이 배급하는 협업도 이뤄졌다.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자금을 수혈했던 스타트업 두빅이 선보인 1인칭 슈팅 게임 '쉐도우 컴퍼니'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넷마블에서 운영됐다. 2011년 투자를 받았던 다담게임이 완성한 액션 게임 '미스틱파이터' 역시 넷마블이 서비스했다.

◇10년간 펀드납입액 700억 중 400억 쏠려

넷마블이 소프트뱅크벤처스를 겨냥한 출자 신호탄을 쏜 시점은 2019년이다. 당시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약정총액 3410억원의 '그로스 엑셀러레이션 펀드'를 론칭했는데 그때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진 벤처펀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갖췄다. 모태펀드, 국민연금 등 기관 출자자뿐 아니라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 LG그룹 계열사도 동참한 덕분이었다.

그로스 엑셀레러이션 펀드 결성총액의 5.86%를 차지하는 200억원을 넷마블이 책임지기로 했다. 2019년 70억원 납입을 시작으로 올해 6월 말까지 누적 170억원을 집행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1년에는 퓨처이노베이션 제3호 사모투자합자회사(PEF)에 대해서도 출자를 단행했다. 조성액 1억9700만달러의 10.15%인 210억원을 넷마블에서 투입했다.


넷마블이 소프트뱅크벤처스 펀드 출자 결정을 내리기까지 공헌도가 높은 인물은 문규학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파트너와 강동석 소프트뱅크벤처스 선임고문이다. 문규학 파트너는 2002년 이래 2018년까지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를 역임했다. 강동석 고문은 2000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합류한 뒤 20여년간 몸담으며 인터넷 스타트업 투자에 전념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펀드 출자는 넷마블이 간접투자 보폭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펀드 납입액은 84억원에 그쳤다. 2019년 이래 올해 상반기까지 넷마블이 조합에 투입한 금액은 592억원으로 직전 5개년과 견줘보면 7배 넘게 늘었다.


도 대표는 벤처펀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대외에 드러내기도 했다. 2020년 민관이 실탄을 매칭한 모펀드 '스마트대한민국펀드' 출범식에 도 대표가 직접 참석해 남긴 발언이 돋보인다. 당시 그는 "1세대 벤처기업에 다음 세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데 책임감을 갖고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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