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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쇼박스, 신사업 채비 마무리…신호정 대표 체제 공식화

③정기인사로 전무 승진…'흑자전환' 과제, 무차입경영 덕 재무건전성은 안정권

박규석 기자  2024-01-03 15:03:48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쇼박스는 오리온그룹에서 영화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계열사다. 영화 투자와 배급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코로나19 악재 등에 직격타를 맞은 실적을 회복시키기 위해 대표급 인사 교체와 소규모 조직개편,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에 힘쓰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작년 8월에 내정자로 중용됐던 신호정 전무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정식 임명될 예정이다. 2024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기도 한 만큼 실적 제고 등 신 대표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풀이된다.

◇이화경 부회장의 쇼박스

쇼박스는 지난 1999년 6월 설립된 미디어플렉스가 출발점이다. 사업 초기에는 영화 상영과 영화관 운영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메가박스와 영화 투자·배급을 담당하는 하는 쇼박스로 구분했었다.

하지만 2007년 7월 메가박스를 매각했고 2015년 6월 브랜드와 사명의 통일하며 영화 투자·배급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지분 57.47%를 보유한 오리온홀딩스다.

영화사업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이종산업이지만 오리온의 오너 가족과는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사업의 초석을 다졌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배우자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다.

1956년생인 이 부회장은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75년 동양제과 구매부 평사원으로 입사하며 가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영업부서를 제외한 모든 부서를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화사업과 인연을 맺은 시기는 2001년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오리온그룹 외식·엔터테인먼트 부문 총괄 사장이었다. 외식사업(롸이즈온)과 케이블사업(온미디어), 메가박스 등을 컨트롤하며 영화·미디어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특히 영화사업의 경우 직접 마케팅전략 등에 참여하며 시장 안착에 역량을 모으기도 했다.

다만 2013년 이후로는 쇼박스뿐 아니라 오리온그룹 내 모든 계열사에서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서 한발 물러선 배경에는 오리온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 도입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을 선임하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위한 토대를 다졌기 때문이다.

◇신호정 대표, 그룹 '관리·기획' 전문가

쇼박스 역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담당업무는 경영총괄이다. 이 부회장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만큼 대표이사의 권한 등은 충분히 보장받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오리온그룹은 2023년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쇼박스의 대표이사를 신 전무로 공식화했다. 작년 8월부터 내정자 신분이었지만 올 주총 이후로는 쇼박스의 수장에 오르게 된다. 신 대표는 그룹 내에서 기획과 관리 부문에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다.

지주사 오리온홀딩스와 핵심 계열사 오리온을 거치면서 그룹 내 네트워크를 다진 부분 또한 강점으로 꼽힌다. 담 회장의 장남인 담서원 상무와 함께 그룹의 신사업 등 전략과 기획 업무를 담당하며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1973년생인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오리온그룹과 인연을 맺은 시기는 2001년이다. 2012년 오리온 경영전략팀장을 시작한 오리온 경영관리팀장과 오리온홀딩스 경영기획팀장 등을 거쳐 현재 자리에 올랐다. 2019년에 상무로 승진했고 지난 인사에서 전무를 달았다.

신 대표가 향후 사업 계획 등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수익성 제고에 집중할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영화산업 자체가 불황을 겪으면서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의 경우 2019년(이하 개별기준) 786억원 이후 큰 폭으로 감소해 460억~570억원 사이의 실적을 내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0년과 2022년에 각각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기록했다.

흑자전환을 위한 내부적인 준비는 일정 수준 마무리된 상태다. 작년 9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사업 강화를 위한 채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제작본부와 콘텐츠운영본부, 경영지원본부 등으로 운영되던 3본부 체제는 드라마사업본부와 영화사업본부, 경영지원본부 등으로 개편됐다. 이는 전통적인 영화 투자·배급 외에 드라마 기획·제작 업무를 전담하는 본부를 설치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자료 : 쇼박스

◇재무건전성 부담은

쇼박스가 실적 제고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는 부담이 크지 않다. 회사 운영자금과 사업 투자금을 외부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현금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차입금 상환 또는 차환, 이자비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일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쇼박스는 차입금이 0원이다. 리스부채 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은 없다. 자연스럽게 이자비용의 감내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EBITDA/총금융비용(배)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2020년과 2021년은 각각 297.4배와 285.1배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359.8배를 내기도 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안정적인 상황이다. 투자선급금의 영향으로 음수와 양수를 반복하기는 하지만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는 106억원 규모를 유지했다. 쇼박스의 사업 특성상 영화 제작 등을 위한 투자선급금은 자연스럽게 늘거나 줄 수 있는 항목이다. 이를 고려하면 현금창출력 자체는 정상 범주에 속한다는 게 업계 평가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에비타(EBITDA)의 경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쇼박스의 에비타는 전년 대비 53% 줄어든 295억원이었다. 이듬해 219억원까지 감소하기는 했지만 2022년 말에 399억원 규모를 회복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는 315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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