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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오리온그룹, 지주사 전환이 가져온 3가지 변화

①건설부문 정리 등 사업포트 리뉴얼, 주주환원 재정비…차등배당 폐지

박규석 기자  2023-12-29 11:35:52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오리온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이후 크고 작은 변화가 많았다. 지주사 오리온홀딩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재편되는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 리뉴얼, 주주환원정책 정비 등이 단행됐다.

오리온홀딩스는 설립 이후 지주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룹 내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바이오사업 진출은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제과에서 이종산업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과 요건 해소

오리온그룹은 지난 1956년 7월 옛 동양제과에서 출발했다. 이후 제과사업을 중심으로 국내외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고 2017년 6월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옛 오리온은 인적분할을 단행해 제과사업부문을 신설회사인 오리온에 이관했다. 존속법인은 순수 지주사 오리온홀딩스로 바뀌었다.

분할 이후 오리온홀딩스는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를 단행해 오리온의 지분을 늘렸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는 상장된 자회사의 지분을 최소 20% 이상 보유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오리온홀딩스가 보유한 오리온의 지분율은 12.08%였다. 이에 오리온 주주들에게 주식을 현물출자 받고 그 대가로 오리온홀딩스의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료 :오리온홀딩스

이를 통해 오리온홀딩스는 오리온의 지분율을 37.4%까지 끌어올리는 데 사용됐다. 2023년 9월 말 기준으로도 오리온홀딩스가 보유한 오리온의 지분율은 동일하다. 같은 기간 오리온홀딩스의 최대주주(이화경 부회장)와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63.8%다.

오리온그룹은 현재 지주사 오리온홀딩스를 중심으로 2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중 상장사는 핵심 계열사 오리온을 포함해 총 3개다. 비상장 계열사의 경우 대부분이 해외 현지법인으로 구성돼 있다. 비상장 계열사 중 국내 법인은 오리온제주용암수와 오리온바이오로직스 2개가 전부다.

◇건설부문 정리와 바이오사업 진출

오리온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계열사 효율화와 글로벌 영토 확장, 이종산업 진출 등을 점진적으로 진행했다. 중심 사업인 제과의 안정적인 성장과 더불어 미래 수익원 확보를 위한 그룹 차원의 변화였다.

사업 포트폴리오 효율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건설부문 정리였다. 오리온그룹의 건설사업은 1997년에 시작됐다. 부동산 개발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리온자산개발을 설립하며 부동산 개발 시장에 뛰어들었다. 1999년 주거용 건물 개발사 하이랜드디앤씨를 설립했고 2006년에는 종합 건설사 메가마크를 세우며 건설사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건설사업은 2015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실적 악화 등으로 풀이된다. 메가마크의 경우 2016년 7월 11일 등록사항 신고 불이행으로 건설업 등록이 말소됐다.


이후 메가마크 등 3사 매각 계획은 2017년부터 구체화됐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비제과사업을 정리를 단행한 만큼 건설사업도 같은 맥락이었다. 실제 오리온그룹은 비슷한 시기에 오리온레포츠와 오리온음료, 오리온투자개발, 중국 자회사 베이툰법인(Orion Agro BeiTun) 등을 정리했다.

결과적으로 건설사업은 2022년 상반기에 청산이 마무리됐다. 오리온홀딩스가 100% 자회사인 메가마크와 리온자산개발, 하이랜드디앤씨 등의 지분을 모두 매각했기 때문이다. 메가마크 등 3사가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만큼 오리온홀딩스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손실을 덜어낼 수 있었다.

오리온그룹은 건설사업을 청산하는 동시에 이종산업 진출도 단행했다. 제과사업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미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오리온홀딩스는 지난해 12월 자회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올 3분기 말 기준 오리온홀딩스는 오리온바이오로직스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의 설립은 2020년부터 시작된 바이오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당시 오리온그룹은 중국을 바이오 사업의 첫 진출지로 선정했다. 이후 중국 국영 제약기업인 '산둥루캉의약(루캉)'과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합자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국내 암 조기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조기진단 기술 도입을 완료했으며 국내 백신개발 기업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주주환원 정책 변화...차등배당 폐지

오리온홀딩스는 지주사 전환 이후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의 차등배당을 실시했다. 일반주주의 경우 2019년부터 매년 주당 650원을 배당했다. 반면 대주주에게는 210원(2018년, 2019년)을 시작으로 매년 250원과 300원, 500원씩을 배당했다.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일반주주와 대주주의 형평성 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 오리온홀딩스는 최대주주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회사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분할 이전에는 28.4%였지만 현물출자 과정에서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이 부회장이 32.63%를 가지고 있으며 그의 배우자 담철곤 회장이 28.73%, 담경선과 담서원 남매가 각각 1.22%씩 들고 있다.

오너 가족의 지분율을 모두 합하면 63.8%에 달한다. 만약 오리온홀딩스가 지주사 전환 이후에 차등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배당금의 상당 부분은 오너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다만 오리온홀딩스는 올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등배당을 폐기했다. 대주주에게도 일반주주와 마찬가지로 주당 70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주주의 상대적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이러한 배당정책의 변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룹의 후계자 담서원 오리온 경영지원 상무에게 필요한 자금 확보 방안 중 하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리온홀딩스의 지분율이 낮은 만큼 향후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지분율을 늘려야 하고 이에 필요한 실탄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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